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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인디문화 메카 퇴색

Posted August. 06, 2005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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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1시 30분. 홍익대 인근의 A 클럽. 20대 초 중반의 남녀들이 삼삼오오 줄을 서 있다. 지하1층 클럽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흑인가수 몬텔 조단의 격렬한 힙합 리듬과 클럽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로 숨이 막힐 정도. 800여 명이 좁은 공간에서 정신없이 춤을 추고 있다. 4시간 전인 오후 9시30분. 홍대 라이브 클럽 롤링스톤즈에서는 15명의 관객이 그룹 모닝밴드의 공연을 봤다.

부비부비 VS 슬램

현재 홍대 클럽 문화는 DJ가 힙합, 하우스 등 음악을 틀면 관중들이 춤을 추는 댄스클럽과 밴드 연주를 중심으로 하는 라이브 클럽으로 양분된다. 주도권을 쥔 쪽은 댄스클럽. 홍대 인근의 클럽 30여개 중 20개 이상이 댄스클럽이다.

댄스클럽은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였던 양현석이 운영하는 NB, M2, 후퍼, 큐브 등이 유명하고 라이브 클럽은 롤링스톤즈, DGDB, 재머스, 사운드 홀릭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클럽 수 차이는 2배지만 관객 수는 10배 이상 차이난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댄스클럽들이 여는 클럽 데이 참가 인원은 70008000명.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홍대 클럽하면 사람들은 인디밴드가 공연하는 라이브 클럽을 생각했다. 1990년대 중 후반 홍대 인디밴드가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자양분으로 인정받으며 라이브클럽에서 이름을 떨치던 밴드가 속속 오버그라운드(제도권 대중음악계)로 진출했다.홍대 문화의 위기

홍대 클럽 문화의 헤게모니가 댄스클럽으로 넘어가면서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험적인 창의성을 중시하는 라이브 클럽과 달리 댄스클럽은 대중들에게 춤추고 노는 장소로만 인식돼 홍대 문화가 유흥문화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

댄스클럽에서는 남녀가 몸을 비비며 춤을 추는 부비부비와 부킹 문화가 유행한다. 올해 초에는 홍대 클럽에서 한국 여성이 외국인과 음란파티를 즐긴다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사회적인 물의를 빚기도 했다.

댄스클럽을 자주 찾는다는 이선경(28여유학생) 씨는 90년대까지는 댄스클럽에도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음악을 들으러 오는 마니아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일부 대형 댄스클럽을 중심으로 나이트클럽처럼 돼가는 경향이라며 홍대 앞 특유의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약화되고 획일화된 유흥문화로 변질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