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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0명 학력불문? 합격불능!

Posted July. 08, 2005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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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제한 철폐는 그림의 떡

학력 제한 철폐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5대 차별(여성, 비정규직, 학력, 장애인, 외국인근로자) 철폐 가운데 하나. 현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공기업의 학력 제한 철폐를 유도해 왔다.

하지만 고졸 이하 구직자들에게 학력 제한 철폐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지원 자격만 생긴 것일 뿐 취업의 문이 넓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학력을 제한하지 않은 한국서부발전은 총지원자 4100명 가운데 고졸 이하 지원자가 95명이었으나 한 명도 합격하지 못했다.

한국전력과 한국도로공사는 각각 6명과 10명이 지원했으나 모두 떨어졌다. 대한광업진흥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시험 쳐봐야 되겠느냐는 판단으로 응시를 안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왜 안 뽑나

공기업 쪽에서는 실력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데다 요즘 공기업 공채에는 난다 긴다하는 사람들이 몰린다. 석박사는 물론이고 세무사 공인회계사 미국 경영학석사(MBA) 등 쟁쟁한 응시자가 많은데 고졸 이하 학력자가 낄 자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9명 모집에 8961명이 지원해 30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졸자 일부가 서류전형에서 통과했지만 필기에서 다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입사는 대개 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서류전형에서 적게는 뽑을 인원의 5배수에서 많게는 60배수까지 추려내 필기시험을 치르게 한다. 서류전형 통과기준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 영어 능력의 기준인 토익(TOEIC) 점수는 기본이 700점 이상이지만 700점대 점수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고졸 이하 구직자들은 설령 1차 서류전형을 넘어선다 해도 까다로운 필기와 면접에서 모두 탈락한다. 한 공기업 인사 담당자는 (고졸 구직자의 입사는) 한마디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부작용만

중앙대 이병훈(사회학) 교수는 공기업의 학력 제한 철폐는 누구에게나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력 제한 철폐가 입사 경쟁률을 끌어올리는 방편으로 이용되거나 정부의 의지에 구색을 맞추기 위한 홍보용이라는 지적이 있다. 공기업 내부에서도 빛 좋은 개살구라느니 의미 없는 제도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학력 제한을 없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입사경쟁률이 지난해 93 대 1에서 309 대 1로 껑충 뛰었고 대한주택공사도 28 대 1로 지난해(15 대 1)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학력 제한 철폐로 피해를 보는 지원자도 생겼다.

한국중부발전은 지난해까지 전문대생과 4년제 대학생을 따로 뽑았지만 올해 구분 없이 같이 시험을 치르는 바람에 합격자 62명 전원이 4년제 대학생이다. 인위적인 학력 제한 철폐로 전문대 출신이 피해를 본 셈.



김상수 손효림 ssoo@donga.com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