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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병대 1000기

Posted June. 18, 200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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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훈련병 장호재(22세997기) 씨. 그는 영국 국적, 홍콩 시민권,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지난달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굳이 안 가도 되는 군대를, 그것도 훈련이 힘들기로 유명한 해병대를 택한 이유를 그는 강한 한국인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해병대 장병 중에는 장 씨 같은 사례가 기수별로 한두 명씩 있다고 한다. 해병대는 국내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경쟁률이 기수마다 3.55 대 1에 이르고, 훈련병의 47%가 두 번 이상 도전해 겨우 입대에 성공했다는 최근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한 시대에 유독 해병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끈끈한 동료애가 강점일 것이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등 해병대 구호들이 이를 말해 준다. 팔각모와 빨간 명찰, 상륙돌격형 머리 스타일로 상징되는 폼 나는 해병대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신세대의 심리를 인기 비결로 꼽는 이도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성취감과 자신감이다. 해병대 출신 중에는 군대에서 인간 개조를 하고 나왔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약한 정신을 담금질해 전역 후 웬만한 어려움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인내와 끈기를 갖게 됐다는 얘기다. 군대 가기 싫어하는 요즘 젊은이들이 새겨들을 말이다. 24개월 국방의 의무를 다한 대가로 평생 자신을 받쳐 줄 자산과 자부심을 얻는다는 건 꽤 괜찮은 일이 아닌가.

해병대가 21일로 신병 입대 1000기()째를 맞는다. 사흘 뒤인 24일은 100기 사관후보생 임관식도 열린다. 1949년 4월 15일 창설된 이래 56년 만의 겹경사다. 지금까지 해병대를 거쳐 간 사람은 사병 63만여 명, 장교 부사관 20만여 명. 모두 해병대라는 용광로를 거쳐 강인한 한국인으로 거듭난 사람들이다. 이들과 함께 해병대의 무운장구()를 빈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