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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생님과 스모 선수

Posted June. 11, 2005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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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을 아시는지? 괴짜로 이름난 미국 시카고대 스티븐 레비트 교수가 괴짜경제학(Freakonomics)에서 던진 질문이다. 저자의 명성과 학자적 양심을 믿는다면 그들도 부정행위를 한다는 답도 믿을 수밖에 없다. 교사의 수업능력을 엄격히 평가 보상하는 시카고 공립학교에선 1년에 5% 정도의 성적조작이 일어나고, 역시 엄격한 규율로 유명한 스모에서도 선수들끼리 봐주기 경기를 한다는 거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 인센티브 때문이다.

미국 뉴욕시 공립 초중등 학생들의 수학과 읽기 학력()이 15년 만에 놀랍도록 뛰자 학력증진정책 반대파들이 의심의 목청을 높인 것도 이런 정황에서다. 교사들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학력고사에서 빼지 않았느냐, 공부는 안 가르치고 시험 준비만 시켰다더라는 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시장 후보를 비롯해 주로 진보적 교육관을 지닌 이들은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선거운동용 결과를 내놓은 게 아니냐고도 했다.

뉴욕타임스가 교육시장()을 위한 칭찬이란 사설을 통해 블룸버그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3년 전 공교육 개혁을 공약하고 당선된 뒤 유급()제도, 교사훈련, 토요보충반 같은 정책을 쓴 것이 옳았다는 논평이다. 내년부터는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학력을 얼마나 끌어 올렸는지까지 평가할 계획이다. 교원노조도 반대 안 한다. 이제 적당한 학력만으로는 일자리도, 중산층의 삶도 쥘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데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선 교사평가제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하다. 정부는 동료교사들끼리만 평가하는 맥없는 수정안을 내놨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부와 협상하겠다면서도 25일 평가제 중단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학생도, 교사도 인센티브가 있어야 잘 움직인다. 학생평가를 요술방망이처럼 휘두르면서 스스로는 평가받기 거부하는 교사들을 제자들이 어떻게 볼지.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