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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자•활자의 날

Posted June. 09, 200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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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65).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범법 행위를 파헤친 논픽션으로 유명해진 일본 언론인이자 평론가다. 국내에도 번역서가 10권쯤 소개돼 있는데, 놀라운 것은 그의 엄청나게 다양한 관심 영역이다. 우주론에서부터 임사()체험, 뇌()연구, 일본공산당 연구, 물리학, 원숭이학, 현대교양론 등 온갖 종류의 책을 쓴 것을 보면 이 사람의 뇌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그는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최소한 관련 서적 수십 권을 독파한 뒤 본격적인 취재에 나선다.

바로 그 다치바나가 꾸준히 제기해 온 문제 중 하나가 지적() 망국론이다. 일본 교육 전반의 수준 저하가 심각해 더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몇 해 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도 냈다. 특히 그는 안 읽고, 안 쓰는 세태를 지적 위기의 큰 원인으로 보았다.

다치바나의 주장이 공명()을 얻은 것일까. 일본의 여야 의원 286명이 문자활자문화 진흥법 제정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니 말이다. 문자활자의 날을 만들고, 학교에서 언어력 향상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라고 한다. 읽기와 쓰기 능력은 곧 사고력, 창의력과 직결된다. 창의력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나라의 국력()도 올라간다. 일본 의원들이 이 문제를 개인에게 맡겨 두지 않고 국가적 과제로 삼은 이유일 것이다.

남의 나라 얘기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지도자부터 우리나라의 지적 불황이 일본보다 덜하다고 볼 근거를 찾기 어려우니 말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신문명 이기()의 보편화는 문자문화, 나아가 사고()의 경박단소()를 부르고 있다. 교육이 그 틈새를 메워 줄 형편은 더욱 아니다. 지금 정부와 국회에서 벌어지는 난장판을 보고 있자니 문자 이탈, 활자 이탈, 교양어() 실종에 따른 지적 후진화를 막을 길이 막막하게 느껴진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