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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추억 만들며 뜻깊게

Posted April. 28, 200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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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은 이순신 장군 탄신 460주년이 되는 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민족의 자존심이 심하게 상처받은 이 즈음. 임진왜란에서 수백 척의 왜선을 격파한 거북선 식의 유쾌 상쾌 통쾌한 응징을 고대하는 바람은 우리 모두에게 장군을 닮은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게 한다.

역사 속의 이순신을 현실에서 만나기에 여행만 한 게 있을까. 23전 전승이라는 임란 해전의 혁혁한 전과, 무고한 투서로 인한 고난과 백의종군, 원균의 대패와 명량의 설욕, 7년 전쟁의 대미를 승리로 장식한 노량대첩, 그리고 이어진 장렬한 산화. 한편의 영화 같았던 장군의 삶이 지금도 쪽빛 바다에 어른거리는 한려수도의 남해군으로 여행을 떠난다.

수도권에서 남해로 가는 첩경은 대전통영고속도로다. 그 끝은 남해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진주 갈림길. 이 남해고속도로를 타면 여수 광양 순천과 사천 통영 거제를 들를 수 있다. 여기서 방향을 광양으로 잡는다. 이후 남해고속도로를 내려선 곳은 진교나들목(하동). 남해로 가기 전 하동의 금오산(해발 849m)에 들르기 위해서다.

금오산 정상서 보는 다도해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

인근 해안에서 가장 높은 이 산. 산정까지 아스팔트가 깔려 멋진 산악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산정에 다다르자 다도해의 기막힌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다가온다. 이만한 바다풍경 볼 만한 곳도 찾아보기 쉽지 않을 듯하다.

아쉽게도 하동과 남해 섬을 잇는 남해대교(하동남해)는 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 다리 밑의 바다는 임진왜란 7년 전쟁의 마지막 해전이자 장군이 산화한 노량해전이 펼쳐진 바로 그 현장, 노량이다.

서둘러 차를 몰아 남해대교를 건넜다. 남해를 섬에서 육지로 바꿔놓은 이 아치형 현수교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그 아래 바다는 센 물살로 하얗게 포말이 일었다. 다리 건너 상판 아래의 보트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장군의 가묘와 영정을 모신 사당 충렬사(남해군 설천면 노량리)가 있고 그 앞 선착장에는 거북선 모형도 있다.

돌계단을 걸어 올라 찾은 충렬사. 노량의 좁은 바다와 남해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언덕 위다. 이 사당은 장군이 순국한 지 34년 되던 해(1632년인조 10년)에 그를 사모하던 선비들이 세운 것이다. 사당에는 장군의 영정과 노량해전의 전투장면을 그린 그림이 있다.

충렬사를 나서 남해 일주도로 격인 19번 국도에 올라섰다. 3km쯤 달리니 이락사()라는 푯말이 보인다. 이락사는 충무공의 유해가 처음으로 뭍에 모셔진 관음포에 있다. 이락사는 아산 현충사, 남해 충렬사와 함께 충무공을 기린 세 개의 사당 중 하나다.

노량의 빠른 물길을 이용해 유인한 왜선을 가두고 맹공을 퍼부었던 관음포. 대접전 와중에 장군은 적군이 쏜 유탄에 맞아 쓰러졌고 그 유해는 이락사가 있는 송림 숲 속에 모셔졌다.

이락사 입구의 주차 공원에는 이런 글귀가 쓰인 입석이 있다. (전방급 신물언아사). 눈앞의 전투가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던 장군의 유언이다. 장수로서 굳건한 책임감과 깊디깊은 나라 사랑이 느껴지는 말이다.

굽이굽이 19번 국도 섬 기슭 기댄 정겨운 다랑논 풍경

우거진 숲 그늘의 오솔길로 바다를 향해 걷기를 10분. 길은 이락사 사당을 지나 관음포가 바라다 보이는 언덕 위의 첨망대까지 이어진다. 사당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성운해큰 별이 바다에 떨어지다)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첨망대는 격전의 현장인 관음포를 바라다 볼 수 있도록 2층 누각 형태로 지어져 있다. 아래에는 격전의 상황을 알려주는 지도와 설명문도 있다.

장군의 유해는 이락사에 사흘간 머물렀다. 그 후 충렬사로 옮겨져 안치됐다가 90일 뒤 다시 충남 아산의 현충사로 이장됐다. 아산은 서울 태생인 장군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봄을 맞은 남해의 풍정은 살갑기만 하다. 남해읍을 지나 19번 국도변 초곡마을의 물가는 빨간 튤립과 노란 유채꽃으로 원색의 물결을 이루고 섬의 들녘은 수확을 앞두고 파릇한 잎을 곧추세운 마늘로 초록바다를 이룬다. 봄볕 아른거리는 한려수도 물빛은 곱기만 하고 살이 오른 횟집 수조의 봄 도다리는 먹음직스럽기만 하다. 가천 해안의 가파른 섬 기슭에 기댄 앙증맞은 다랭이마을의 다랑논 풍경은 남해의 백미다.

아무리 달려도 흥겹기만 한 남해 섬의 해안 드라이브. 그 끝은 사천 땅으로 건네주는 남해의 골든게이트 브리지 삼천포대교다. 단항교, 창선대교, 늑도대교, 초양대교 등 네 섬을 잇는 서로 다른 공법의 다리 다섯 개가 남해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여행정보

찾아가기 금오산 드라이브 길(하동)=남해고속도로 진교나들목1002번 지방도2km금성사 입구(표석)마을길산길(외길 6km)KT중계소(샘물)0.8km정상 가천 다랭이마을(남해군 남면darangyi.go2vil.org)=남해대교19번 국도이동면사무소1024번 지방도가천마을(다랭이마을). 남해군청=www.namhae.go.kr, 055-860-3801 맛집 재두 산장식당=김순자(65) 씨가 남해 금산 아래(등산로 입구 주차장)에서 40년째 운영하는 향토식당.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손수 담근 된장으로 맛을 내고 계절 생선과 해물(굴)을 내는 정식상이 1인분에 6000원. 단체숙박용 객실도 있다. 055-862-6022



조성하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