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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여긴 그런 거 없어요

Posted March. 27, 200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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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힘은 기술로 메운다=김 사장은 30년간 일했던 현대중공업에서 1994년 정년퇴직한 뒤 협력업체에 재취업했다. 몇 군데 하청업체를 옮겨 다니던 그는 이런 일이라면 동료들이 모여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2001년 4월 정년퇴직한 동료 12명을 모아 회사를 설립했다.

노인네끼리 일한다며 일거리 주기를 꺼리던 협력업체들은 납기에 맞춰 깔끔한 부품이 공급되자 주문을 늘리기 시작했다. 연간 매출은 곧 10억 원대로 올라섰고 순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최근 조선업계의 수주가 늘면서 일은 더 늘었다.

생산부장 이상국(67) 씨는 젊은이보다 근력은 달리지만 기술이 능숙하고 직원들의 호흡이 잘 맞아 생산성은 경쟁업체보다 앞선다고 말했다. 높은 품질과 생산성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 신한기계로부터 우수 협력업체상을 받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현대중공업에서 노조활동에도 참여했던 김 사장은 주문받은 일의 납기가 다가오면 잠을 못 이루는 등 이제야 경영자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면서 노동환경이 크게 개선된 만큼 노동운동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과 함께 돌아온 건강과 자신감=정년퇴직 후 우울증 증세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건강을 되찾았고 요즘 딸아이로부터 대단한 엄마 소리를 들을 때면 어깨가 으쓱해진다.

현대중공업에서 여성 용접 근로자로 일하다 1997년 정년퇴직한 천강미자(66여) 씨는 재취업한 뒤 젊음까지 되찾았단다.

천 씨뿐 아니라 혁신의 다른 노인 근로자들도 비슷한 경험담을 말했다. 이들은 봉급 수준에 대해서도 불만이 없었다. 현재 봉급은 정년퇴직 전의 절반 이하지만 아이들을 대부분 출가시켰기 때문에 생활에 큰 보탬이 된다는 것.

이 회사 최고령자인 전국명(70) 씨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침에 출근할 일터가 있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10년은 더 일할 수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연령대가 높은 만큼 직원들의 건강은 회사에도 주요 관심사다.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지정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충분히 쉬도록 한다.

고령사회에 대한 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의 사례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춘근()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퇴직 직원들의 창업을 유도하면 고령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고 고령 실업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원 박중현 swon@donga.com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