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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 못갖췄다

[사설] 일,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 못갖췄다

Posted March. 20, 200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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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새로운 입장은 아니지만, 일본총리가 지난해 가을 상임이사국 진출 계획을 밝힌 뒤 처음으로 미국의 최고 외교당국자가 공식천명했다는 무게를 갖는다. 더구나 한국 정부가 일본의 역사인식 등을 들어 부정적 견해를 밝힌 직후에 나온 역방향의 발언이라 한국엔 더 민감하게 인식된다.

우리는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할 조건도, 자격도 스스로 갖추지 못했다고 본다. 우선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의문이다. 일본의 유엔에 대한 금전적 기여도가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이 유엔의 중심에 섰을 때 유엔정신에 입각해 국제사회에 긍정적 공헌을 할 것이라고 아직은 믿기 어렵다.

국제공헌은 자국 중심의 이기적인 것이어서는 안 되며, 세계와 이웃나라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한일 간에 빚어지고 있는 독도와 과거사문제 등에서 보듯이, 일본 정부는 영토문제에서 제국()시대의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역사인식에서 과거의 침략행위를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미화하려 한다.

일본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등 전범()과 전사자를 동일시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국과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그의 이런 태도 때문에 한일관계뿐 아니라 중일관계도 험악해져 벌써 몇 년째 양국 정상의 교환방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는 혼자만의 무대가 아니다. 일본헌법도 전문()에 어느 국가도 자국 일에만 전념하여 타국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일본은 국제상식에 어긋나고 자국 헌법에도 맞지 않은 행태를 버젓이 보인다.

이런 일본이 만일 상임이사국이 된다면 국제공헌보다 국제 갈등을 더 키우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다. 세상에는 돈은 많지만 나쁜 이웃이 있고 돈만으로는 구매할 수 없는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