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는 상처=사고 당시 친구를 잃은 대학생 박모 씨(24여)는 2월은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해야 하는 달인데 참사 이후 2월만 되면 머릿속이 텅 비고 가슴이 답답해져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 밖에 없는 딸(당시 16세)을 잃은 김모 목사(43)는 아예 대구를 떠나 경북 영천의 농촌으로 들어가 사슴을 키우며 지내고 있다.
부상자 이모 씨(28)는 사고 당시 화염으로 가득 찬 지하역사에서 겨우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 충격으로 어둠이 두려운 나머지 실내에 늘 불을 켜놓고 살며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
부상자대책위원회 위원장 이동우() 씨(62)는 호흡기 화상을 입은 부상자들이 음성장애 등 만성적인 이비인후과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며 상당수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족 대표 강달원(43) 씨는 희생자 가족들이 하루빨리 악몽에서 벗어나 생업에 종사했으면 좋겠는데 저마다 사정이 달라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심리치료 프로그램 마련돼야=심리치료 전문가들은 대형 재난을 당한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들을 위해 물질적 보상 외에 심리적, 정서적 대처 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대 최웅용(), 경북대 김춘경() 교수 등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최근 희생자 가족 17명을 대상으로 위기상담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이들의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 후 2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가슴이 뛰거나 몸이 피곤함 악몽을 꾸거나 당시 상황을 떠올림 불안하고 무서움 분노가 치밀어 오름 등과 같은 증상을 보였다는 것.
이들 전문가는 희생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대처 방식 역할 연습 문제 해결 모색 등 10가지 척도를 이용해 한번에 90분 씩 총 10회 상담을 실시했다. 그 결과 분노와 불안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것.
최 교수는 그동안 대구지하철 사고나 삼풍백화점 붕괴 등 큰 재난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가족을 위한 심리치료는 봉사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이뤄져왔다며 이젠 국가 차원의 심리치료 및 대처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