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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역량강화, 더 미룰 수 없다

Posted January. 20, 200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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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어제 노무현 대통령에게 혁신방안에 대한 보고를 했다. 총체적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해 임무와 기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조직-채용-훈련 체계 등을 재설계하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신설되는 국가정보관(NIO)직에 민간전문가를 임명해 중장기 전략정보 및 정세 전망 업무를 맡긴다는 구상도 주목된다.

이번에 나온 국정원 개혁안은 현 정부 들어 두 번째 시도다. 재작년에 단행된 조직개편이 국정원의 탈()정치화, 탈권력화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번 안은 국가정보기관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지난해 용천역 폭발사고 이후 북한 내에서 이상 징후가 잇따랐는데도 국정원은 이렇다 할 분석을 내놓지 못했다. 이는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이 취약한 탓일 수 있고, 정권의 취향에 맞춰 정보를 생산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검거한 간첩이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방첩() 기능에도 허점이 있음을 보여 준다. 기능과 역할이 심각하게 위축된 국정원을 바로 세우는 일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따라서 개혁안의 방향은 대체로 옳다고 본다.

그러나 개혁 방향이 옳다고 해도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국정원 개혁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결과는 정보 역량의 저하로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상당수의 베테랑급 정보전문가가 조직을 떠났고, 구성원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정보기관의 어두운 과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명분에 휘둘려 정보 기능이라는 본질까지 훼손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혁안의 성공을 위해 국정원 수뇌부는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민간인이 주축이 된 국정원의 과거사건 진실규명 작업도 가급적 신중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과거가 미래를 옥죄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