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채권대란 우려

Posted December. 10, 2004 22:42,   

ENGLISH

투자 위험이 높은 회사채의 발행 및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 내년 상반기에 3조1600억 원에 이르는 채권들의 만기가 돌아오면 채권 대란이 생길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채권 만기가 몰릴 때 한 기업이 부도를 내면 해당 기업 회사채를 편입한 펀드에 환매(자금 인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른 회사채의 가격마저 급락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

이럴 경우 1999년 대우채 사태와 2003년 카드채 대란 때처럼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마비돼 채권 투자자나 기업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

10일 KIS채권평가와 한국증권전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개인과 상호저축은행 등 소액 투자자가 BBB등급 회사채를 거래한 규모는 모두 6조8284억 원으로 지난해(2조3687억 원)의 2.9배로 늘었다.

채권을 30억 원 이하 단위로 사고파는 소액 투자자의 BBB등급 회사채 거래금액이 6조 원을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KIS채권평가 이진오() 선임연구원은 위험도가 높지만 설마 기업이 망하겠느냐는 생각으로 채권을 사는 사람이 많다며 채권 투자로 은행 금리의 2배에 이르는 58%의 수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BBB등급 회사채의 발행액도 올해 3조2638억 원으로 작년(2조1997억 원)에 비해 48.4% 증가했다.

특히 건설업체 발행 BBB등급 회사채는 2조137억 원(전체 발행액의 61.7%)으로 지난해 (1조1447억 원)보다 75.9% 늘었다. 수도 이전 특수() 등을 노려 사업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건설업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 이전 계획이 백지화됐고 건설경기가 침체돼 건설업체 발행 BBB등급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위험한 회사채로 채권시장에서 취급된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신용등급이 비슷한 건설업체 채권이 대거 매물로 나와 전체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건설채 사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묵()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채권은 무조건 안전하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며 한 기업이라도 부도를 내면 이 오해가 깨지면서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이 BBB인 기업이 발행한 채권으로 BBB+, BBB0, BBB로 나뉜다. 기업 신용등급은 AAA부터 D까지 18단계가 있다. BBB 이상은 투자등급, 그 이하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홍수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