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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에이즈의 여성화

Posted November. 26, 200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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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이 요즘 성폭행 피해 여성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이 성폭행한 건 물론 아니다. 샬렌 스미스라는 여기자가 아프리카 남자들은 성충동을 절제하지 못하는 야만적 강간범들이라고 쓰자 대통령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강간당한 경험이 있어 에이즈환자 돕기와 후천성면역결핍증(HIV) 예방약보급운동을 펴고 있는 스미스의 주장은 단호하다. 자신이 공격하는 건 강간, 즉 파워 문제라는 거다.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앞두고 유엔에이즈(UNAIDS)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관련통계를 발표했다. 올해 두드러진 현상은 에이즈의 여성화다. 이는 스미스의 주장과 일치한다. 원래 파워가 약한 쪽이 해를 입기 마련이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남성 동성연애자의 역병이었던 에이즈가 세계화를 거치면서 파워가 가장 취약한 아프리카의 여성 속을 파고든 것이다. 에이즈 여성감염자가 가장 많은 곳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다. 57%나 된다. 가난과 열악한 의료 문제가 크다.

남아프리카에 에이즈가 창궐한 이유가 뭔지 미국 프린스턴대 방문학자인 헬렌 엡스타인은 의문을 가졌다. 이유는 슈가 대디(sugar daddy)였다. 굳이 번역하자면 원조교제지만 그들은 사랑이라고 믿는다. 남아프리카에선 결혼할 때 남자가 여자 집에 소를 주는 게 관습이었다. 그런데 적잖은 젊은 남자들에겐 소를 살 돈이 없다. 눈 높은 아가씨들은 돈 많고 나이 많은 에이즈 보균자 아저씨와 다니다가 감염되는 거다. 유독 강간이 많은 것도 젊은 남자가 정상적으로 젊은 여자를 만날 기회가 없어서다.

여성이 교육을 받을수록 에이즈의 위험에 빠질 확률은 줄어든다. 성과 건강, 삶에 대한 지식과 자신이 생기기 때문이다. 경제력을 가질수록 원치 않는 삶을 살아야 할 이유도 줄어든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엇이 행복인지는 누구도 말할 수 없을 듯하다. 아프리카엔 불임()보다 에이즈가 낫다는 여성들이 많다니 말이다. 그러나 에이즈에 걸리기 전에 교육부터 받을 기회는 주어져야 할 것 같다. 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나라의 에이즈 감염자는 남자가 여자보다 10배 이상 많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