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용균)는 2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재독학자 송두율(59)씨에 대해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를 통해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송 피고인이 북한의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명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송씨는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1992년 5월부터 1994년 3월까지 5차례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 등을 만난 혐의(국가보안법상 특수탈출)와 1998년 허위의 사실을 근거로 황장엽()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법원을 속이려 한 혐의(형법상 사기미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범죄의 증명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완벽해야 한다며 송 피고인이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혐의는 유죄의 의심이 있기는 하지만 엄격한 증명이 부족해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작성한 조서는 피고인이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자백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황씨 진술은 내용이 추상적이며, 그 밖의 증거들도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저술을 통한 반국가단체의 지도적 임무수행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의 문제된 저작물은 북한 편향성이 인정되나 전체 저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국가 안전과 체제를 위협하는 내용도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김일성 주석 조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축하편지 발송 부분에 대해서도 의례적인 것일 뿐 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이 명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송씨가 1992년 5월 이후 북한을 5차례 방문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대남공작과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한 목적 수행을 위한 것이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황씨를 상대로 한 소송 부분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노동당에 가입하고 북한과 지속적으로 연락했으며 김철수라는 가명을 사용한 만큼 황씨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법원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에 대해 피고인의 밀입북 범행은 국가 안전보장에 큰 위해를 끼친 반국가적 행위로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실정법 질서의 경계까지 넘어선 것이라며 그러나 피고인의 학자로서의 권위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규범성을 갖추고 있지만 인권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에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즉각 상고 방침을 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