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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김씨 부친 애끓는 호소

Posted June. 21, 2004 22:22,   

제발 살려만 보내 주세요.

아들 김선일(33)씨가 21일 이라크에서 납치됐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 김종규(69)씨와 새어머니 신영자씨(59)는 아무 잘못도 없고 착하게만 살아온 우리 아들을 제발 살려서 돌려보내 달라고 테러단체에 눈물로 호소했다.

김씨 부부는 충남 천안시에 사는 막내딸 정숙(32)씨의 집에 한살배기 외손자를 보러 들렀다가 이날 오전 7시 TV를 통해 청천벽력 같은 아들의 피랍 소식을 듣고는 즉시 고속열차를 타고 부산 집으로 돌아왔다.

신씨는 4월에 마지막으로 전화가 왔을 때 후방에서 통역일만 담당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해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며 선일이가 잠시 귀국하는 7월에 맞춰 남편 칠순잔치를 두 달 앞당겨 치르기로 하고 그렇게 전했는데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 걱정에 많이 운 탓인지 아버지 김씨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김씨는 정부가 일본처럼 협상을 잘 해 아들을 빼내 왔으면 좋겠다며 국민 모두가 자신의 아들 동생처럼 선일이를 생각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에 대해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파병을 해야겠지만 우리 가족의 입장에서는 파병을 철회했으면 하는 심정이라며 파병 여부를 떠나 내 인생의 전부와도 같은 외아들이 살아 돌아오게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부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동구 범일6동 집에 도착한 김씨 부부는 집 앞에 모여 있던 동네 사람들의 권유로 먼저 이웃집에 들러 진정제를 먹고 30여분간 마음을 안정시킨 뒤 집으로 들어가 아들의 대학졸업 사진을 보고 다시 왈칵 눈물을 쏟았다.

오후가 되자 맏딸 향림(41)씨와 둘째딸 미정(38)씨, 막내 정숙씨 등 출가한 딸들이 속속 본가로 모여들었다. 딸들은 아버지의 손을 꼭 잡으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꼭 살아서 돌아올 거예요라며 위로했다.

15평인 김씨의 집은 가족과 취재진으로 발 들여놓을 곳이 없었으며 김씨 부부는 결국 실신하듯 자리에 쓰러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통장 박순식씨(59)는 선일이는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며 독학으로 3곳의 대학을 졸업한 대견한 청년이었는데 이게 웬일이냐며 한숨을 지었다.

1978년 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처럼 선일씨를 보살핀 큰누나 향림씨는 세상의 누구보다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동생이 이런 일을 당하다니 믿을 수 없다며 통곡했다.

부산신학교(현 경성대 신학과) 은사였던 경성대 최종호 교수는 선일이에 대해 조금 더 애정을 쏟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며 그가 우리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학생들과 함께 간절히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동갑내기로 졸업 동기였던 경성대 신학과 강사 김세영씨는 신앙심이 깊었고 항상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며 의욕적으로 생활하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선일이는 조용하면서도 억척스러웠기 때문에 역경을 뚫고 풀려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