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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벌초론' 뒤숭숭

Posted May. 08, 200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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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4대 잡초 정치인 청산론으로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노 대통령이 8일 네티즌 500만명에게 보낸 e메일 편지에서 잘못된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고 개혁의 발목을 잡거나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 하고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정치인들을 잡초 정치인으로 지목해 이들을 개혁 대상으로 거론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우선 민주당 내 신구주류 간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신주류측은 정치개혁에 대한 원론적 언급이라며 파장 확산을 경계했으나 구주류측은 인적 청산을 통한 개혁 신당의 당위성을 역설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신당 추진세력인 신기남() 의원은 신당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기보다는 일부 수구 기득권 세력을 향해 개혁 동참을 촉구한 것이라고 평가했으나 당내에선 내년 총선에서 정치권의 대폭 물갈이가 절실하다는 노 대통령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신당추진파 내에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잡초 정치인이 누군지 알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 주변에선 지난해 대선 때 지지율이 떨어지자 노 후보를 흔든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소속 의원 등의 세력과 내년 총선을 겨냥해 호남소외론과 영남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정치인들이 개혁 대상으로 거명되고 있다. 또 색깔론을 내세워 새 정부의 대북노선을 비난하거나 각종 비리의혹에 연루된 의원들도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 구주류 및 중도파 의원들이 불편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후단협 소속의 한 현역 의원은 일반 국민과 정치지도자가 해야 할 이야기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독선에 가득 찬 정치권 편가르기라고 비판하면서 발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사조직과 일부 시민단체들을 동원해 낙선운동을 펼치려는 여권의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박종희()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 스스로 약초나 잡초, 독초 중 어디에 속하는지 자문해야 할 때라며 나라와 국민은 내팽개친 채 방송 장악과 비판언론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대통령, 경제야 망하든 말든 오직 신당 창당과 정계개편에만 매달리는 대통령, 북한이 핵을 개발하든 말든 우리와 상관없다는 대통령이야말로 잡초 대통령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편 청와대는 잡초라는 표현이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윤태영() 대변인은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일반론을 얘기한 것이고, 노 대통령은 과거 강연 등에서 여러 차례 잡초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면서 야당에서 제기하는 낙선운동이나 신당창당 배후론 등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 편지의 초안은 지난해 대선 때 노무현의 눈물 광고를 만들었던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미디어홍보비서관에 새로 임명된 송치복()씨가 쓴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김정훈 정연욱 jnghn@donga.com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