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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그다드의 교훈

Posted April. 10, 200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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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바그다드 점령으로 끝내기 수순에 들어선 이라크전은 여러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쓰러진 사담 후세인의 거대한 동상을 짓밟고 머리 부분을 끌고 다니며 환호하는 바그다드 시민들에게는 지긋지긋한 독재에서 벗어난 해방전쟁이다. 24년간 숨죽이고 살던 그들은 비로소 자유인이 돼 총칼로 국민을 억압한 독재자 후세인을 고발하고 있다. 비록 외세에 의한 해방이지만 역사는 4월9일을 이라크가 독재권력에서 풀려난 날로 기록할 것이다.

철권통치의 수족이던 군경이 사라진 뒤 번지고 있는 약탈과 무질서는 이라크의 암담한 장래를 예고한다. 대세가 기울었지만 차마 총을 놓지 못하는 병사들과 미군의 공격으로 혈육을 잃은 이라크인들의 가슴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할 것이다. 그들은 이번 전쟁을 대결의 끝이 아니라 싸움의 시작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혼란에 빠진 이라크인들에게만 사태수습을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다. 전쟁을 시작한 미국이 함께 풀어야할 숙제인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 국민의 고통과 슬픔을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전쟁 전보다 후가 낫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이라크의 혼란과 비극이 더 커진다면 미국은 전쟁에서 이긴 것이 아니다.

미국은 예방 선제공격의 위력을 과시했다. 러시아 중국 독일 프랑스의 반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전쟁에 돌입하는 전례를 만들었다. 지구촌의 극심한 분열을 원치 않는다면 미국은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이라크의 재건과 새 정부 수립과정에서는 이라크 국민과 세계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한이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상은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미국이 거듭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다고 강조하지만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그만큼 한반도를 향한 바그다드의 교훈은 엄중하다. 지금이야말로 북한의 현명한 처신이 필요하다. 북한은 미국과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대신 국제사회가 다듬어가고 있는 다자 대화를 선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