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뉴욕 타임스에 실린 윌리엄 새파이어씨의 칼럼을 읽었습니다. 먼저 74세라는 고령에도 3, 4일에 한번씩 글을 발표하는 귀하의 기자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73년 뉴욕 타임스에 합류한 이래 쉼 없이 뛰어난 정치논평을 발표해 온 활동상은 전 세계 언론인의 귀감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의 언론계 후배로서 필자는 최근 한반도 문제를 보는 새파이어씨의 시각에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음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 당신은 한국을 미국의 동맹이 아닌 중립국으로 묘사한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걸립니다. 이 글에서 귀하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은 강력한 한국이 스스로 자국 방위의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말에 주장한 주한미군 철수론을 다시 거론했습니다. 주한미군을 비난해서 대중의 인기를 얻은 한국 지도자들이 갑자기 친미 시위를 격려하며 미군 주둔을 원하고 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고 한 대목에선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의 심기가 최근 한미관계에 대해 얼마나 불편한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은 동전의 한 면만 보고 내린 주장은 혹 아닌지 의문이 남기도 합니다.
한미 양국은 말 그대로 혈맹() 사이입니다. 625전쟁 당시 미국은 사망자 5만4246명을 포함해 총 52만8000여명에 달하는 젊은이들의 피를 바쳐 한국의 자유를 지켜주었습니다. 그 후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통해 그 같은 미국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했습니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올해 5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은 양국이 더욱 아끼고 가꾸어야 할 대상임이 분명해집니다. 그런 터에 새파이어씨가 한국을 중립국으로 분류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기분은 이해하지만 이번 글이 양국 여론을 오도할 가능성 때문에 걱정은 커집니다.
당신은 78년에도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지요? 한국 기업인의 로비사건, 즉 코리아게이트 조사에 한국측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때 저의 선배 언론인이 그 주장을 통박한 글을 동아일보에 쓴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서 필자는 귀하에게 이런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서 좀 더 세밀하게 한국의 여론을 보아달라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 내에 과연 미국과 중립적 관계를 요구하는 부류가 얼마나 되는지를 말입니다. 동맹이기를 기대하는 더 많은 한국인을 실망시키지 말아 주기 바랍니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