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이공계 3, 4학년들 사이에서 의대 편입 붐이 일고 있다. 의대 편입 바람은 의대 치대는 물론 약대와 한의대쪽으로도 불고 있다.
올해 서울대와 경북대 의대 편시(편입시험)에 응시한 박모씨(28)는 지난해까지 서울대 대학원에서 미생물학을 공부했다. 박씨는 대학원 공부를 하다보니 학문으로 성공하기에는 문이 너무 좁다는 것을 느꼈다며 편시에 응시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경희대 한의대 편입시험에 합격한 허수정씨(23서울대 생명과학부 4학년)는 성적에 맞춰 학과를 선택했으나 한의학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편시에 도전했다며 편입시험장에서 학과 동기 여러명을 만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경우 올해 졸업생 50여명 중 의대, 한의대 편입시험을 치른 학생이 15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합격자 발표를 앞둔 서울대 의대는 올해 10명 모집에 93명이 지원해 9.3 대 1, 치대는 5명 모집에 51명이 지원해 10.2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타대학 학생의 학사편입을 처음 시작한 지난해의 4.2 대 1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치. 연세대 의대와 치대의 경우도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나 의대는 20.5 대 1, 치대는 3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의 경우 의대가 있는 전국의 41개 대학 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가톨릭대 등 31개 대학이 2월말까지 203명의 편입생을 선발할 예정. 지금까지 총 5595명이 지원해 27.6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수적으로도 지난해보다 1270여명이 늘어난 것이다.
의대편입은 연세대가 94년에 처음 도입했으며 2000년 이후 수험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과성적 외에 영어, 생물, 화학을 선수과목 혹은 시험과목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공계 출신학생들이 응시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합격생은 대부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출신이라는 게 각 학교 의대측의 설명이다.
재학 중에 체계적으로 의대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많다. 전문편입학원인 김영학원은 이공대 3, 4학년 재학생을 위한 의치약대 편입반과 한의대 편입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 유준철 편입팀장은 1년 이상 편입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으며, 올해는 20% 정도 수강생이 늘었다고 밝혔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천종식() 교수는 이공계학생들이 의대를 가는 이유는 수입이 주된 이유다며 기초과학연구자들에 대한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치 않고서는 편시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의대측은 반색하고 있다. 전문대학원제 실시를 앞두고 다양한 전공배경을 가진 의사를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의대 권오주() 교수는 기초과학 지식을 갖춘 이공계 학생들은 의학에 기여할 부문이 많다며 편입생들의 절반 이상이 상위 20%이내의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등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