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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날려버린 신용

Posted January. 20, 200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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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및 가계가 빚더미에 눌려 경제 및 사회체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신용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무분별한 카드 사용 및 주택담보 대출로 빚더미에 앉은 이들이 갚을 능력을 상실하면서 거대한 신용불량자 군()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과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금융회사의 빚을 갚지 못해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개인신용불량자가 26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한국의 전체 경제활동인구(작년 말 2236만명)의 11.7%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건설경기와 소비 등 내수를 부추기는 데 주력했다. 경기를 살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개인의 과소비와 대박을 노린 부동산투자가 숨어 있었고 이는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곪아터지고 있다.

올해도 신용불량자는 계속 늘어 3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으로 꼽히는 은행과 신용카드사의 연체율도 당분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금융회사도 부실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상당수 주택담보대출자들은 빚 갚을 능력을 잃게 된다. 이는 은행의 연쇄 부실화로 이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인 및 가계의 신용위기는 금융기관의 위기로 연결돼 경제 전체를 뒤흔들 뇌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양산과 카드연체율 증가는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강형문() 부총재보는 신용불량자의 대부분이 20, 30대라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현재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해 개인워크아웃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며 개인파산제도가 법제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벌써 신용불량자 사이에는 빚을 안 갚아도 탕감해 준다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현상이 확산되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신용사회의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용기 김두영 ykim@donga.com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