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의 뒷거래 여부는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진실은 하나일 것이고 이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계좌추적을 하면 100만원 단위의 돈 흐름도 밝혀지는 세상인 만큼 4억달러(4900억원)나 되는 뭉칫돈의 행방이라면 누구 말대로 반나절도 안 돼 확인될 것이다.
기술적인 면만 아니라 정책적인 면에서도 정부가 진상규명을 주저하거나 회피할 이유가 없다. 대북밀거래 의혹은 햇볕정책 추진과정 전반의 정당성이 걸린 민감한 문제라는 점에서 오히려 정부가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나라당이 의혹을 제기했어도 이미 국가적 이슈가 된 데다 대출경위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적지 않으므로 진상 규명의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본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막말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며 격한 반응만 보일 게 아니다. 과거 여러 의혹사건에 대해서도 그런 반응을 보였다가 뒤집힌 게 한두번이 아니어서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지 않은가. 정말 떳떳하다면 즉각 정부에 조사 착수를 지시해야 한다. 국회 국정조사든 검찰 수사든 아무 것도 꺼릴 이유가 없다.
당국은 이미 진상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뭔가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는 청와대나 정부가 강력하게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진상공개를 망설일 까닭이 없어서다. 정부가 머뭇거리면 국회가 나서는 게 순서다. 민주당도 국정조사를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먼저 정부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게 옳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조사 책임과 권한을 가진 금융감독위원회의 이근영() 위원장부터 물러나야 한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억달러를 대출할 당시 산은 총재가 바로 이 위원장이었던 만큼 당사자로서 이 의혹의 조사를 지휘 감독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계속 자리를 지키면서 조사를 회피하는 것은 의구심만 더 부추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