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시대에 공부에 도움이 된다면 어딜 못 갈까요.
6월 14일 경북 포항시 포항공대에 미국인 고교 졸업생 앤디 치앙(18사진)이 두툼한 책가방을 들고 찾아들었다.
5월 미국 텍사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9월 텍사스 주립대 입학을 앞두고 2개월간 포항공대에서 공부하기 위해 혼자 태평양을 건넌 것.
대학 입학 때까지 남은 기간을 유익하게 보내고 싶었어요. 생명과학 분야에 우수한 대학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포항공대를 알게 됐습니다. 월드컵이 열리는 곳이고 할아버지가 중국인이어서 한국을 택했어요.
치앙군은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서판길(51) 교수에게 e메일을 보내 자신의 계획을 밝히고 도움을 부탁했다.
이에 서 교수는 치앙군이 고교 재학 중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는 대학의 교수에게 추천서를 요청했고 매우 우수하고 성실한 학생이라는 답변을 듣고서야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는 치앙군은 지금 대학원생들과 함께 신경의 전달에 관한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어떻게 혼자 여기까지 왔느냐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라에 관계없이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을 찾아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의 분위기를 미리 살펴보고 경험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함께 졸업한 다른 학생들도 대학 입학 전에 봉사활동을 하거나 자기 개발을 위해 외국에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는 한국 고교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국 학생들처럼 학교에 오래 남아 공부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충격적일 정도예요. 미국 학생들은 운동이나 서클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나름대로 진로 준비를 해요.
서 교수는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치앙군의 모습이 너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치앙군과 숙식과 실험을 함께하고 있는 대학원생 김현수(35고려대 의대 졸)씨는 연구실을 견학하러 온 줄 알았는데 공동연구를 할 만큼 기초가 잘 잡혀 있다며 자정을 넘기고도 시간이 아까워 실험에 몰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음달 17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치앙군은 30년 뒤 내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