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는 감독들의 무덤?
유난히 이변과 파란이 많았던 2002월드컵이 끝난후 한달도 채 안돼 본선 32개국중 19개국 감독이 물갈이됐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3개국 감독은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났고 스페인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 등 6명은 유임 권유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팀을 떠났다. 본선 1회전에서 탈락의 쓴잔을 들었던 프랑스 로제 르메르 감독 등 10명은 해임당한 경우.
거취가 불분명한 5명을 제외하고 유임이 확정된 8개국 감독도 2006독일월드컵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2004년 유럽선수권에서 성적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 언제든 작별 통보를 받을수 있기 때문.
반면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브라질에 우승컵을 안긴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 독일의 결승 진출을 이룬 루디 X러 감독 등은 일부 팀을 떠났지만 슈퍼 스타 못지않은 주가를 올리고 있다.
유임된 감독중 가장 눈길을 끄는 주인공은 이탈리아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 트리파토니 감독은 한국에 패해 16강전에서 탈락했으면서도 심판 판정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 논란을 뿌리치고 17일 유임을 통보받았다.
잉글랜드 사상 첫 외국인 대표팀 감독인 스웨덴 출신의 스벤 고란 에릭손감독도 2006독일월드컵까지 지휘봉을 잡게됐고 독일을 당초 예상과 달리 결승까지 진출시킨 루디X러감독도 굳건한 재신임을 받았다.
또 한국과 4강에 동반 진출한 터키의 세놀 귀네스감독,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오른 미국의 부르스 어리나감독을 비롯해 덴마크 모르텐 올센, 아일랜드 마이클 매카시, 멕시코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각각 대표 사령탑 수명을 연장했다.
해임 감독중에는 파란의 주인공 세네갈 브뤼노 메추감독의 경우가 충격적이다. 브뤼노감독은 월드컵직후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알아인 클럽팀과 전격 계약하면서 세네갈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브뤼노감독은 세네갈로부터 일년 휴가를 받았고 이 기간만 클럽팀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세네갈축구협회는 단숨에 해임장을 내밀었다.
월드컵 본선 1회전에서 한 골도 못넣고 탈락, 전대회 우승국의 체면을 구긴 프랑스는 19일 자크 상티니 감독에게 프랑스축구 재건의 대임을 맡겼다. 상티니 감독은 2000년부터 리용 감독으로 2001리그컵 우승과 지난해 리그 챔피언을 차지했다.
이밖에 한국의 월드컵 공동개최국이었던 일본은 필립 트루시에 감독 후임으로 브라질 축구 영웅 하얀 펠레지코를 임명해 아시아 3개국중 가장 발빠른 체제 정비에 나섰다. 폴란드는 한국의 월드컵 첫 승 제물이 된 예지 엥겔 감독을 퇴진시키고 70,80년대 자국 축구 영웅인 즈비그네프 보니에크를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스페인은 카마초 감독 대신 이나키 사에스 감독을 발빠르게 지명했고 러시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벨기에 등도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새 감독을 임명,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반면 죽음의 F조에서 탈락한 아르헨티나는 마르셀로 비엘사 후임 인선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카메룬, 나이지리아, 남아공, 튀니지 등 아프리카 국가들 역시 대부분 신임 감독을 놓고 심사숙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