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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상황인식 문제있다

Posted July. 15, 2002 22:38,   

김대중() 대통령은 어제 기자 간담회에서 아들들 비리에 대한 사전정보를 받지 못해 유감이라면서 친인척에 대해 엄중한 감시가 있어야겠다. 그런 점에 너무 소홀한 점이 있어 반성하고 있다. 지금 구체적인 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있어 머지않아 이에 대한 것을 구체화시킬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이런 말을 듣는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지는 대단히 의문이다. 대통령의 두 아들이 온갖 비리 혐의로 구속된 마당에 이제 와서 엄중한 친인척 감시대책을 구체화시킨다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아들들 비리에 대한 사전정보를 받지 못했다는 말 역시 국정최고책임자로서 무책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사전정보가 없었다면 국정운영체제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는 것이고 사전정보가 있었는데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면 이 또한 국정이 헛돌았다는 것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과연 사전정보가 없었느냐는 의문이다. 3남 홍걸()씨의 경우 그의 미국 내 호화주택은 이미 2000년 봄에 드러났던 사실이다. 호화주택을 폭로한 전 야당의원과 2년 가까이 송사까지 벌였고 그 과정에서 청와대비서관이 개입해 거액의 합의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전 국정원 2차장이 청와대에 직접 보고했다는 근거까지 있다. 차남 홍업()씨는 전현() 국정원장에게서 떡값까지 받으며 국정을 농단하고 수십억원의 돈을 챙겼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사전정보가 없어 아들들 비리에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것을 어느 국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까. 결국 김 대통령은 아직도 현실의 엄중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정권 차원의 구조적 비리에 대해 국정최고책임자가 책임을 통감하고 부패의 근원을 도려내는 구체적 수술을 할 때다. 남은 임기 7개월에 김 대통령이 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