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한국 등 외국산 수입철강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대부분의 무역상대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및 쌍무적 보복조치를 선언함에 따라 전 세계가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는 미 공화당 행정부의 자국 산업보호정책 때문에 다자간 무역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지적된다. 앞으로 철강뿐만 아니라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나 지적재산권 등 다른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통상부는 6일 성명을 통해 철강 수출품의 약 15%를 미국에 파는 한국으로서는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며 WTO 제소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세이프가드 발동의 구실이 된 미국 철강산업의 어려움은 구조조정이 지연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고 세이프가드 협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관세 부과 전에 양자협의를 추진하는 한편 유럽연합(EU) 일본 등과도 공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발표에 대해 파스칼 라미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WTO 규정을 명백히 위반했으며 즉각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도 미국의 결정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맹비난했으며 러시아는 철강수입 제한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가금류(닭 칠면조 등) 수입을 중단할 것을 경고했다.
이에 앞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 통상법 제201조에 따른 세이프가드를 발동, 14개 수입 철강품목에 대해 830%의 수입관세와 물량할당제(쿼터)를 적용키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미 철강업계 및 의회,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인 캐나다 멕시코와 일부 개도국 수입제품은 제외됐다.
한국산 철강제품은 이미 15%의 관세를 물고 있어 조치가 발효되면 관세가 최고 35%까지 치솟게 돼 대미 수출물량의 60%가량인 120만t(약 5억6400만달러) 정도가 경쟁력 약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철강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다만 미 행정부가 향후 120일간의 품목조정 기간을 두었고 포항제철이 미국합작사에 수출하는 열연코일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한것으로 알려져 향후 피해 규모는 다소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