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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시 확인된 대북 시각차

Posted March. 09, 20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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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번 첫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총론에서는 의견일치를 보았으나 구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그 같은 견해차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의 한미() 공조관계가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한다.

양국 정상은 공동발표문에서 부시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대북포용정책과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서 김 대통령이 하고 있는 주도적인 역할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부시 행정부의 전반적인 대북정책에 대한 우리의 의구심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투명성 요구와 미사일 및 핵문제에 대한 검증 강조, 그리고 특히 북한 정권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 표명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언론자유가 없는 국가와 조약을 체결할 때 그 조약의 준수 여부를 검증할 수 있겠는가라는 식으로 북한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표명했다. 여기에는 북한이 아직까지 불량 국가의 범주에 있으며 북한 정권이 스스로 그 같은 불신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북미()관계의 진전도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우리는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은 현실주의자이며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갖지 않고 있다고 구태여 강조한 대목도 그냥 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말을 되새겨보면 북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합의를 철저히 검증하는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뼈있는 한마디를 한 것으로 들린다.

물론 세계전략차원에서 보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한국정부와 꼭 같을 수는 없다. 그동안 양국간의 공조가 꾸준히 강조되어 온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 내용을 보면 부시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분위기가 작년 10월 조명록() 북한 특사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의 클린턴 행정부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국정부는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대북정책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루었다고 자찬()만 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 한미 관계와 남북한 관계, 그리고 남북한과 미국의 3자 관계를 어떻게 조화시켜나갈지, 그 해법을 찾아 나가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보다 성숙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