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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공항 24개가 필요한가

Posted August. 26, 2023 09:20,   

Updated August. 26, 20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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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추나 말리겠죠.”

정부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과 대구경북(TK)통합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인 25일 항공사 한 임원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공항이 보안 지역이라 실제로 고추 말릴 일은 없지만, 공항 이용률이 워낙 낮으니 우스갯소리로 활주로를 고추 말리는 용도로 쓴다는 것. 실제로 전남 무안공항의 지난해 활주로 이용률은 평균 0.1%로 지난해 순손실 200억 원 등 최근 10년간 순손실이 1300억 원을 넘는다. 현재 운영 중인 공항은 전국에 15곳이지만, 인천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11곳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

현재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공항이 가덕도공항과 대구경북신공항에 새만금공항 서산공항 백령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등 8곳에 이른다. 여기에 경기도와 포천시도 경기남부국제공항(수원)과 경기북부공항(포천)을 만들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기존 대구공항과 군공항을 통합해 이전하는 TK신공항이 개항하면 대구공항은 폐쇄될 걸 감안하면 현재 추진 중이거나 논의되는 신공항은 9곳이다. 모두 건설 시 대한민국에 공항이 총 24개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신공항이 모두 필요한지 따져보면 그렇다고 보긴 힘들다. 공항이 새로 지어졌다고 없던 수요가 새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항공사가 무조건 취항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공항 유무는 지역의 위상을 드러내는 징표로 쓰여서인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공약이 쏟아진다.

실제로 공항 개발이 타당한지 따져보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있는데 정치권에서 예타를 면제하는 특별법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TK신공항은 기존 군공항과 대구공항을 통합해 이전하는 지역 숙원 사업이었는데 당초 더불어민주당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말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와 대구신공항 추진을 원샷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 보겠다”고 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2014년부터 광주시가 추진했던 숙원 사업이었다. 실제로 올해 4월 여야가 모처럼 손을 잡고 TK신공항 특별법과 광주공항 이전 특별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여야 빅딜’을 통해 총 20조 원이 넘는 초거대 국책사업을 통과시킨 것.

사업비 15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 역시 특별법으로 추진된다. 예타에서 탈락해도 당정이 끼워 넣는 공항도 있다. 23일에는 충남 서산공항이 올해 5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부족으로 탈락했지만 당정 협의를 거치며 예산에 반영되며 부활했다. 실제 서산공항은 인천공항과도 멀지 않아 국제공항 역할을 하겠느냐는 걱정이 나온다.

일본도 과거 정치권 위주로 공항이 설립돼 지방 공항이 100곳에 육박한 선례가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절반에 가까운 공항에서 하루 평균 비행기가 10대도 오가지 못하고 대부분 적자일 정도로 지방 공항이 애물단지가 됐고 국가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됐다. 우리나라 역시 나랏빚이 조금은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1000조 원을 넘는다. 이미 경북 예천공항은 승객이 없어 문 닫았고, 울진공항은 비행훈련원으로 용도를 바꿨다. 공항은 한번 지으면 돌이키기도 힘들뿐더러 유지관리 비용도 꽤 된다. 국민의 97%가 이미 공항 반경 100km에 거주하고 있고, 전국이 KTX 등으로 반나절 생활권이 됐다. 인구 소멸 시대에 24개 공항이 모두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따져 보고, 그래도 지어야 한다면 지자체에도 일부 그 책임을 지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