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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영도 ‘칩 워’ 참전… 잠시도 멈출 수 없는 ‘반도체 새 판 짜기’

일-영도 ‘칩 워’ 참전… 잠시도 멈출 수 없는 ‘반도체 새 판 짜기’

Posted May. 22, 2023 08:00,   

Updated May. 22, 20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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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법에 서명하면서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등의 견제를 받는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자국 기업에 지원을 쏟아 붓고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과 메모리 1위 한국은 뒤질세라 국내외 투자규모를 늘렸다. 최근엔 일본이 다수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 자국 유치에 성공하고, 반도체 설계 원천기술을 보유한 영국도 주도권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021년 이후 국내외 반도체기업들이 밝힌 대일 투자액이 총 2조 엔(약 19조2600억 원)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시설투자액의 절반을 일본 정부에서 지원받는 대만 TSMC가 구마모토현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3위인 미국 마이크론도 일본에 5000억 엔을 투자해 차세대 D램을 생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3000억 원을 들여 요코하마에 반도체 후공정 연구개발 거점을 세우기로 했다.

1970∼80년대 세계 반도체 산업 최강자였던 일본의 잠재력이 여전하다. 기초소재 세계시장 점유율 55%로 1위, 장비에선 35%로 미국에 이은 2위다. 중국의 위협에 노출된 대만, 북한 리스크가 있는 한국에 비해 동맹국과 연대해 공급망을 구축하는 미국 ‘프렌드쇼어링’ 전략의 최적 파트너로도 꼽힌다. 삼성에 이어 낸드플래시 2위인 일본의 기옥시아와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미일 양국의 협력은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정부도 2025년까지 3300억 원을 반도체 연구개발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영국의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의 90%를 설계했고, 퀄컴 알파벳 애플 등도 의존하는 반도체 설계의 최강자다. 일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최대 주주인데도, ARM이 다른 나라에 팔리는 걸 영국 정부가 절대 허용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은 올해 3월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벌써부터 전력공급 문제 등으로 삼성전자가 투자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2030년 완공도 기약하기 어렵다. 경쟁국들은 투자결정부터 공장 가동까지 기간을 2∼3년으로 압축하는 초속도전에 돌입했다. 최강국들의 총력전이 된 ‘칩 워’ 한가운데에서 잠시라도 멈춰서면 패배자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박중현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