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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 앞에 둔 그리스 위기, 남의 일 같지 않다

국가부도 앞에 둔 그리스 위기, 남의 일 같지 않다

Posted June. 30, 201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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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다. 그리스 정부는 30일(현지시간) 만료되는 기존 구제금융 시한 연장과 신규 자금 제공 조건으로 긴축정책을 요구한 채권단의 최종 협상안을 거부했고, 이에 맞서 채권단을 대표하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리스는 다음달 5일 채권단 협상안을 놓고 찬반 국민투표를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디폴트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적다.

그리스는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국가부도 위기를 넘겼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훨씬 심각하다. 올해 1월 총선에서 반()긴축을 내걸고 압승한 시리자의 치프라스 정권과 채권단 사이의 불신과 반목이 깊다.

그리스의 재정악화와 경제위기를 불러온 주요 원인은 공공부문의 비대화와 비효율성, 사회복지비용의 과다 지출, 제조업의 취약한 경쟁력 등이 꼽힌다. 그리스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좌파정권이 장기집권하면서 공공부문 규모가 팽창하고 사회보장비 지출이 급증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강성 노조는 정권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이해집단들도 걸핏하면 불법폭력 시위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하고 법을 우습게 보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두 차례 구제금융 이후 추진한 구조개혁은 공공 의료 교육 등의 기득권 집단의 저항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리스는 국민이 과잉복지에 익숙해지면 얼마나 되돌리기 어려운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그리스의 추락을 불러온 요인들을 살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하나하나가 요즘 한국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리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어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증시의 주가가 급락했다. 교역이나 금융 거래 면에서 그리스가 한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파장이 다른 유럽 국가나 신흥 경제국으로 번지면 우리 경제에도 충격이 클 수 있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면서 금융 및 실물 분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