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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규제,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 제대로 해야

안전 규제,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 제대로 해야

Posted May. 06, 201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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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가 안전과 관련한 규제 강화에 나섰다. 국회는 해상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항로표지법 개정안, 수학여행 등 학생들의 단체 활동에 안전대책 수립을 의무화하는 법안 등을 의결했다. 규제 완화를 강조해온 박근혜 정부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윤상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법적 강제 인증은 더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야 한다며 규제 완화에서 빼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적 강제 인증이란 안전 및 환경과 관련이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의무적으로 획득하도록 한 정부 인증으로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대상이었다.

하지만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세월호 참사는 규제가 미비해서라기보다는 있는 규제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 측면이 크다. 국내 여객선은 열흘에 한번 비상훈련을 하도록 돼 있다. 세월호는 이 안전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어쩌면 한달에 한번이라도 제대로 비상훈련을 하게 했다면 참사를 줄일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제는 만들고 부족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 세월호의 경우 선박 화물의 적재한도 초과, 구명기구 및 소화설비, 선원 안전관리교육 등을 감시 감독하는 규정이 분명 있었다. 한국해운조합에 소속된 운항관리자들이 하게 돼 있는데 세월호는 이런 사항을 대부분 지키지 않아 참사를 빚었다. 현행 해운법은 2012년 개정과정에서의 오류 때문에 운항관리자를 처벌할 수 없게 됐다. 규제 남발에 큰 책임이 있는 국회의 안전 입법 전문성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강화냐 완화냐가 절대 기준이 아니라, 지킬 수 있는 제대로 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큰 사건만 터지면 정부 대책이 쏟아지고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것도 적폐()의 일종이다. 세월호 참사를 놓고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관료들이 지킬 수 없는 엉터리 규제를 잔뜩 만들어놓고 퇴임 후 협회 등으로 내려가 그 규제들을 활용해 호의호식하는 행태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해운조합은 세월호의 무리한 출항을 허가했고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복원력을 떨어뜨린 증개축을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관은 이사장직을 대부분 해양수산부 출신이 맡았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 강화는 감독기관과 민간업자의 갑을() 관계를 강화하고 뇌물향응제공과 봐주기의 보다 은밀한 교환만 조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