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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고 싶기는 한데 달라 보이는 것도 싫어

Posted April. 10, 201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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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년 전 10대들에게 노스페이스 패딩점퍼와 바람막이 재킷이 큰 인기를 끌었다. 30만40만 원의 높은 가격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다. 거리에서 노스페이스 재킷을 입은 10대를 보는 게 쉽지 않다. 인천의 고교 1학년생인 김하영 양(16)은 비싼 돈 주고 샀는데 그야말로 아무나 다 입고 다니니까 매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김 양은 요즘도 친구들이 패딩을 많이 입기는 하지만 브랜드가 정말 다양해졌다. 그런데 모양은 거의 다 비슷하다며 웃었다.

노스페이스 패딩의 인기가 높아졌다 사그라지는 과정, 그리고 브랜드는 다르지만 비슷한 모양의 패딩점퍼를 입는 요즘 청소년들의 모습은 그들의 소비 심리를 보여준다. 청소년들은 튀고 싶으면서도 또래집단과 분리되는 걸 꺼리는 양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2013년 3차례에 걸쳐 조사한 연령별 소비 심리를 보면 1318세 응답자에서 남들보다 특이하게 보이고 싶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체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청소년들의 응답 지수는 143으로 다른 어떤 연령층보다 높았다. 그러면서도 친구들과 같은 상표를 사는 경향이 있다는 물음에 대한 긍정적 수치도 141로 가장 높았다.

소비자 트렌드 전문가인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리서치전문회사) 콘텐츠사업부장은 이와 관련해 청소년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고교생들은 길 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쳐다본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연령대보다 외모에 신경을 더 많이 쓴다. 그러다 보니 친구가 비싼 브랜드를 입으면 따라 입으려고 한다. 또 비싼 브랜드를 친구들보다 먼저 입어 튀어 보이기를 바란다.

일부 청소년은 유명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남들이 다 입는 옷이 아닌, 브랜드가 없는 의상을 입음으로써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고교 1학년 심모 군은 어중간한 브랜드를 입으면 간지(멋)가 안 난다. 그래서 아예 노(no) 브랜드 옷을 입는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