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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 정치

Posted March. 05, 2013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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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총체적인 정치 리더십 위기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야당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며 맹공을 퍼부었고,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입법권과 법률을 무시하면서 새 정부가 국민행복을 이룰 수 있겠느냐고 맞받아쳤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삿대질만 난무했다 여권과 야당이 국민을 볼모로 배수진의 정치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 인선의 화룡점정으로 꼽힌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전격 사퇴했다. 대한민국은 이날 인재도 잃고, 정치도 잃었다는 말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문에서 (미래부 신설은) 저의 신념이자 국정철학이고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문제라며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기능과 역할에 대해 야당과 타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지 1시간 반 뒤 이번에는 문 비대위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비대위원장은 청와대의 최근 행태는 야당을 무시하고 여당조차 무시하고 있다. 입법부를 시녀화하려는 시도라며 여야가 한참 장기를 두고 있는데 훈수를 두던 대통령이 장기판을 엎으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을 오만과 독선의 일방통행이라고 낙인찍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나란히 국민을 앞세웠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피해를, 문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동의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강 대 강의 비타협 정치 속에서 국민은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발등의 불은 수출 경쟁력이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정부조직 개편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어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놓은 상태다. 그 사이 올 1, 2월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6%에 그쳤다.

내치()도 구멍투성이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뒤 헌재소장 공백 상태는 43일째다. 헌재소장 대행을 맡고 있는 송두환 재판관도 22일 임기 만료로 퇴임해 9인 재판관 체제인 헌재는 당분간 7인 체제로 운영될 처지다. 재판관 공석은 곧바로 소송 당사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헌재가 1년 이상 처리하지 못한 장기미제 사건만 260여 건에 이른다. 검찰총장 권한대행 체제도 석 달 가까이 지속돼 사정() 공백 상태다.



이재명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