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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북 서해 덜덜 떠는 북 경제

Posted February. 10, 201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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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 이하의 한파가 한 달 남짓 계속되면서 최근 북한 지역 서해바다가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평균 40km나 얼어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압록강 하구부터 황해도까지 200km 해안에 걸쳐 이처럼 두꺼운 얼음이 언 것은 수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극히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어업, 해운 등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북한경제뿐 아니라 새로 들어선 김정은 체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평양 앞바다서한만철산까지 길이 200km 폭 40km 얼음 블록

고려대기환경연구소와 기상청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지난달 초부터 평양 앞바다에서 압록강 하구 앞 바다까지 약 200km의 해역에서 폭 40km 규모의 결빙()이 관측됐다고 9일 밝혔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지난달 10일경부터 북한 서해가 한파로 얼기 시작해 이달 9일 현재 평양 앞바다와 철산반도와 장연반도 사이에 자리 잡은 서한만은 바다 위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얼어 있다. 또 황해도 은율군 해안 일대와 서한만으로 유입되는 청천강, 평양으로 연결되는 대동강 하구 남포항도 결빙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과거 북한 쪽 바다가 일부 얼기도 했지만 이번 겨울처럼 대규모로 언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한파가 남하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겨울 북한에 대규모 한파가 몰아쳤다. 기상청 분석 결과 북한의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8.4도로 평년(영하 7.7도)보다 0.7도 낮았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등은 최근 평양 기온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40일간 영하권에 머물러 1945년 이후 가장 맹위를 떨친 추위였다며 사람들이 대동강 위를 걸어 다닐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서는 더 추워져 2월(18일) 북한 지역 평균 기온은 영하 11.1도로 평년(영하 6.5도)보다 4.6도나 낮아졌다.

북한 정권에도 큰 부담

전문가들은 이번 결빙이 새로 들어선 김정은 체제에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어업과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한(2.6%)의 8배인 20.8%(2010년 기준)다. 특히 북한의 연간 수산물 어획량은 63만 t으로 외화벌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가 얼어 길게는 두 달 이상 어선이 출항을 못하면서 외화벌이에 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환 북한연구학회 회장은 북한 경제 사정상 중국으로 수산물 등 1차 상품을 계속 수출해야 하는데 바다가 얼어 배가 못 움직이면 외화벌이에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북한 연해 외에도 중국 랴오둥() 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쪽 바다도 얼어붙어 해운 수송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관계 경색으로 남한, 일본과의 무역교류가 둔화된 상태에서 북한의 대()중국 무역 비중은 56.9%에 이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경제에서 해운업이 매우 중요하다며 얼음이 얼어 북한의 해운수송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면 북한 경제에 큰 불안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바다에 있는 얼음이 계속 두꺼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기상위성센터 분석 결과 1월 위성 관측 시 북한 서해 얼음 블록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했지만 점차 얼음이 더욱 두꺼워지기 시작해 2월에는 바다와 얼음 블록의 경계선이 선명해졌다. 정 소장은 북한지역 기상상황으로 볼 때 당분간 바다 얼음이 더 두꺼워져 3월 초까지는 녹지 않을 것이라며 두 달 이상 어업, 해운 등 손발이 묶이면 북한사회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