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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카다피 죽자 호위부부터 갔다

Posted October. 26, 201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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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한 직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정은을 대동하고 호위사령부를 전격 방문했다. 고위층 경호와 반체제 폭동 진압을 전담하는 부대를 방문함으로써 체제의 견고함을 과시하는 한편으로 주민의 동요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카다피 사망 이틀 뒤인 22일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985군부대 지휘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통신은 김 위원장이 기별도 없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24일 이를 다시 보도했다. 시찰에는 후계자 김정은을 비롯해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김경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최측근이 총출동했다. 985군부대는 호위사령부의 대외 부대명 가운데 하나로 김 위원장 일행을 영접한 사람도 호위사령관인 윤정린 인민군 대장이었다.

통신은 1966년 3월 어버이수령님(김일성 주석)을 모시고 군부대를 찾아왔던 잊지 못할 그날을 회고하고 어떤 전투임무도 수행할 수 있도록 억세게 준비하고 있는 데 대해 치하했다고 보도했다. 또 마지막 한 사람, 마지막 총 한 자루 남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 주체의 혁명위업을 완성해갈 투철한 수령 결사옹위 정신이 끓어 번지고 있다고 부대 분위기를 전다. 김 위원장은 직접 취사장에 들러 콩 고기 등 주부식이 제대로 공급되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북한은 외국 독재자들의 신상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내부 단속을 강화해 왔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필 그때 985군부대 방문을 공개한 것은 호위사령부의 정신무장 상황을 점검하고 주민들에게 호위의 완벽함을 재확인시키려는 선전선동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1989년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처형됐을 때 김 위원장은 국가안전보위부를 방문해 오늘의 이 순간을 놓쳐 내일의 쓴맛을 보지 말라고 촉구하고, 간부들을 상대로 충성서약을 요구했다고 한다. 2006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교수형에 처해진 뒤에는 18일이 지나서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에 짤막하게 보도하고 간부들에게 주민 동요를 철저히 차단하라고 교양하기도 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