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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인생 꽃 피워준 나가수 그 중 최고무대는 나 가거든

가수인생 꽃 피워준 나가수 그 중 최고무대는 나 가거든

Posted August. 29, 201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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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참았던 눈물이 노래가 끝나고 터졌어요. 그날 부른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은 즐겁고 힘 있게 불러야 하는 노래였거든요. 계속 울면서 소감을 말했는데, 결국 통편집 됐더라고요.

MBC 나는 가수다의 마지막 경연 무대를 떠올리던 가수 박정현(35)의 표정은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데뷔 14년 만에 그는 나가수에서 가수 인생의 꽃을 피웠다. 150cm의 작은 체구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가창력으로 3월 6일 첫 방송에서 자기 노래 꿈에를 불러 1위를 차지한 뒤 14일 마지막 무대에서도 1위를 기록해 김범수와 나란히 명예 졸업패를 받았다.

방송 내내 그는 나가수 요정이란 별명을 얻었고, 무대에서 내려온 지금도 나가수 퀸 나가수 우등 졸업생으로 불린다. 나가수로 얻은 인기 덕에 여자 연예인들의 꿈인 화장품, 신뢰도 높은 유명 인사들만 나오는 금융상품의 광고 모델도 됐다.

그는 나가수에서 5개월간 모두 14곡을 불렀다. 이 중 그가 최고의 무대로 기억하는 노래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나 가거든이다. 당시 청중평가단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고 울먹이면서 박정현을 1위로 뽑았다. 1절까진 테크닉에 중점을 뒀는데 2절부턴 제가 노래에 푹빠졌어요. 끝에 가선 울컥했죠. 그는 노래가 끝난 뒤엔 저도 (어떻게 그렇게 불렀나) 신기해서 스스로를 칭찬해줬다며 오른손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듯 왼쪽 어깨를 토닥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박정현은 어릴 적부터 반짝이는 스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스타가 되는 건 실용적이진 않은 꿈처럼 생각돼 공부를 하면서 노래나 연극, 혹은 둘을 합친 뮤지컬 무대에 설 기회를 죽 엿보았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연극학과에 다니다 2001년 컬럼비아대 문예창작과로 편입하면서 꿈에서 점점 멀어지던 그에게 한국 기획사가 앨범을 내보자는 제안을 했다.

한국말이 서툴러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온 거죠. 음악도 하고 한국말도 배우고. 한마디로 어드벤처라고 생각했어요.

한국 물정을 모르고 시작한 가수 생활은 그야말로 한바탕 모험이었다. 엉성한 기획사 계약 때문에 고시원을 전전하던 시기를 지나 1998년 1집 Piece를 시작으로 2009년 7집 눈물이 주룩주룩까지 앨범 7장을 내는 동안 음악적으로는 성장을 거듭했지만 음반 시장의 쇠락을 버텨내기는 힘들었다. 그러고나서 나가수에서 확 떠버린 것이다. 이제는 2010년 컬럼비아대 졸업식 때 대표로 미국 국가를 불렀다 미국 수재들의 모임인 파이베타카파에 가입했다 등 시시콜콜한 얘기가 다 뉴스가 된다. 8집을 구상 중인 가수로서는 부담이 될 법도 하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려고요. 8집은 (박정현의 음악이라는) 큰 책의 한 챕터라고 생각해요. 새 음반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다음 챕터는 뭘까? 하고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가수, 그거라면 전 만족해요.



강은지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