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379세대를 아시나요

Posted January. 28, 2011 16:10,   

ENGLISH

중견 부동산개발회사 과장인 김영인 씨(37서울 종로구 성북동)는 맞벌이하는 아내와 유치원에 다니는 딸 하나가 있다. 그는 15일 백화점 정기세일 안내 e메일을 받은 뒤 스마트폰에 쇼핑리스트를 메모해 집을 나섰다.

백화점에 들어서니 평소 즐겨 입던 폴로의 30% 시즌오프 세일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미국 출장 때 메이시백화점에서 본 니트가 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세일 가격 30만 원대 니트를 망설임 없이 계산대로 가져간 김 과장은 이번에는 아내를 이끌고 코치 매장으로 갔다. 아내는 100만 원대 가격을 부담스러워했지만 김 과장은 다음 달 결혼 7주년을 앞두고 조금 더 특별한 선물을 미리 해주고 싶다며 핸드백을 사줬다.

1970년대에 출생해 1990년대 대학을 다니고 현재 30대인 397세대가 소비의 핵심 주체로 우뚝 서고 있다. 26일 신세계백화점이 2010년 연령대별 매출을 집계한 결과 30대의 매출액이 8028억 원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31%를 차지해 40대(26%)를 제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30대가 최고 매출을 보인 것은 이 백화점에서 처음이다. 그동안은 40대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 연령대의 매출 비중이 30%를 넘은 것도 처음이다.

선배인 386세대(1960년대 출생, 1980년대 학번, 2000년대에 30대)는 모두 마흔을 넘겼고 397세대가 2010년대를 맞아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386세대는 사회정치적 혼란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소비를 해온 반면 397세대는 사회 정치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건국 이후 처음으로 풍요와 자유 속에 자란 세대라 할 수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해외여행 자유화에 따라 대학시절부터 해외 배낭여행 및 교환학생 등을 경험하며 글로벌한 눈높이를 갖춘 세대이다. 또 전쟁을 겪으며 힘겹게 살아온 부모 및 조부모 세대의 뼛속 깊이 새겨진 절약과 절제의 미덕을 벗어버린 세대이기도 하다.

397세대에게 소비와 쇼핑은 자신을 표현하고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생활양식이다. 이들은 명품도 기존의 루이뷔통 같은 올드 럭셔리보다는 코치나 돌체앤가바나 같은 뉴 럭셔리를 선호한다.

남성이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서는 것도 397세대의 특징이다. 30대의 매출 중 남자 비중은 2005년 18.9%에 불과했으나 2010년 24.8%까지 올랐다. 397세대 남성들은 컨버스 스니커즈에 디젤이나 캘빈클라인 진을 입고 아르마니 캐주얼 재킷을 걸친다. 여름휴가 때는 스킨스쿠버를 즐기기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저축해 수백만 원대의 브라이틀링이나 오메가 크로노그래프 방수시계를 사기도 한다. 젊은 감성의 띠어리나 DKNY 등의 남성 슈트도 강세다. 이제 남성들도 별생각 없이 아내가 골라준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브랜드를 찾아 코디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397세대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소비에 눈을 뜬 세대라며 386세대까지는 아내가 골라주거나 기업에서 내놓은 물건 위주로 소비를 했다면 397세대는 자신의 취향에 따른 소비를 하며 구매력까지 갖추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