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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종 플루와 직접 연관 없는 헌혈좀 더 하자

[사설] 신종 플루와 직접 연관 없는 헌혈좀 더 하자

Posted November. 04, 200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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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로 인해 헌혈자가 급감하면서 혈액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신종 플루가 맹위를 떨친 10월 한 달 간 헌혈자 수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월 평균에 비해 12% 감소했다. 9월까지만 해도 평균 7일 분량이었던 혈액 재고가 현재는 이틀 분량에도 미치지 못한다. 병원의 혈액 부족에 따라 분초를 다투는 수술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헌혈 감소는 전체 헌혈의 35%를 차지하는 군부대와 학교의 단체헌혈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개학이 시작된 8월부터 최근까지 단체헌혈을 예약했다가 연기 또는 취소한 단체는 206곳, 인원은 2만5520명에 이른다. 헌혈 과정에서 신종 플루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려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과잉 대응이다. 신종 플루는 헌혈을 한다고 해서 감염되지 않는다. 신종 플루 예방을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는 것은 맞지만 단체 헌혈에서도 위생 관리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 예방이 가능하다.

신종 플루가 등장했을 때 국내에선 돼지독감(SISwine Influenza)이라는 말에 놀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돼지고기와 돼지독감은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전문가 설명을 믿지 않았다. 돼지고기 기피 현상은 정부가 명칭을 신종 인플루엔자로 바꾸면서 줄었다. 미국과 유럽은 신종 플루를 여전히 SI라고 부르고 있지만 돼지고기 기피현상은 없다. 조류독감이 유행하면 닭고기를 안 먹는 것도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헌혈은 자신의 생명을 나눠주는 고귀한 일이다. 지금도 병상의 환자들은 혈액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신종 플루보다 혈액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종 플루 때문에 헌혈이 중단된다면 사회가 신종 플루에 굴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부터 혈액감소가 예상됐는데도 뒤늦게 혈액수급 비상대책을 내놓는 정부도 안이하다.

정부는 어제 신종 플루 전염병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예방접종 기간을 앞당기고 타미플루보다 효과가 높은 항바이러스 주사제 사용도 허용했다. 날씨가 추워짐에 따라 신종 플루 대비태세를 더 강화해야 하지만 지나친 공포심은 득보다 실이 많다. 과학적 접근과 사회 전체에 대한 배려를 통해 다른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신종 플루를 지혜롭게 이겨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