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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와 재격돌 담담 내 샷에만 최선

Posted August. 28, 2009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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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를 꺾고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37)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골프 라운드를 하기로 약속했다.

양용은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첫 대회인 바클레이스 개막을 하루 앞두고 27일 미국 뉴저지 주 저지시티 리버티내셔널GC(파71)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 이후 자신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용은은 23일 후원사인 테일러메이드의 샌디에이고 본사를 방문했을 때 부설 킹덤골프장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나 30여 분간 환담을 나눴다고 소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에게 얼마 전 Y E(양용은의 영어 이름 약자)의 고향인 제주도에 가서 연설을 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도 친분이 깊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어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양 선수의 스케줄이 허락할 때 라운드를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양용은은 대회를 빼먹고라도 라운드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양용은과 함께 텍사스 주 댈러스에 거주하고 있다.

양용은은 PGA챔피언십에서 우즈와 맞대결하며 평정심을 잃지 않은 데 대해 지더라도 잃을 게 없으니 마음껏 내 샷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우즈와 다시 붙어도 담담하게 내 샷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어로 30분, 영어로 30분 등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기자회견에는 한국 및 외국 기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기자회견 후 양용은의 훈련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드라이빙 레인지로 향하는 5분 동안 3040명이 사인을 요청해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미국 팬들은 양용은을 가리키며 타이거의 엉덩이를 걷어찬 선수(kick Tigers ass)라거나 멋진 챔피언이라고 환호하며 우즈를 다시 이겨 달라고 응원했다. 양용은이 사인을 하는 동안 마스터스 우승자인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가 반갑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PGA챔피언십 우승을 축하하기도 했다.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한국 기자들에게 Y E는 우즈를 이길 충분한 실력을 갖춘 선수라며 진심으로 축하하며 우즈를 이긴 선수가 내가 아닌 게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옆에 있던 위창수는 양 선수는 마인드 컨트롤이 매우 뛰어난 선수라며 그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나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도 한국 기자들이 없어 섭섭했는데 이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더라. 한국에서 뛰고 있는 여러 후배에게도 언론이 더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전에는 미국 팬들이 나를 보고 초이, 초이(최경주)라고 하면서 사인해 달라는 사람이 절반을 넘었는데 이제는 모두 양이라고 부르면서 사인해 달라고 하더라. 미국 선수들도 축하한다, 잘했다고 아는 척을 해준다.

골프백에 붙인 태극기는 어떤 의미인가.

PGA 대회는 세계 수십 개국에서 방송되기 때문에 내가 좋은 성적을 내면 화면을 자주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골프백에 태극기를 부착했다. 해외 교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고 외국인들이 태극기를 보면서 한국 국기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도 태극기를 보면서 경기를 하면 편한 마음이 든다.

타이거 우즈와의 맞대결에서 평정심을 갖고 경기할 수 있었던 비결은?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편한 마음으로 샷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승부는 18홀이 끝난 뒤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고 하지 않는가.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경기를 하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프레지던트컵 출전은 언제 확정됐나.

챔피언십이 끝나고 며칠 후 그레그 노먼이 직접 전화해 축하하면서 프레지던트컵에 출전해 달라고 말했다. 처음 나가는 대회이기 때문에 팀에 기여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고려대에 입학한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내가 고등학교만 졸업해서 늘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고려대 입학을 추진하고 있다.

영어를 잘 못해 불편하지는 않나.

그린을 읽을 때 캐디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불편은 별로 느끼지 않는다. 영어를 따로 공부할 생각은 없다. 나는 프로골퍼니까 그 시간에 차라리 연습을 더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신치영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