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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족쇄 풀린 북 핵폐기까진 험로

Posted October. 13, 200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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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보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20년 9개월 만에 단행됐고 북-미는 그 동안 난항을 겪었던 북한 핵시설 검증 방식에 합의를 이뤘다. 북한은 뇌출혈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58일 만에 공개해 그의 건재를 과시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오전 11시(한국시간 12일 0시)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일련의 검증 방법들에 동의했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핵시설의 불능화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6자 회담의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북한이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 폭파사건을 일으키자 1988년 1월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북한을 포함시켰었다.

한편 미국과 북한은 6월26일 신고된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을 먼저 실시하고 전문가들에 의한 핵물질 관련 시료(샘플) 채취가 가능하도록 하되, 미신고 시설에 대해서는 북한의 동의를 얻어 검증을 실시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미국의 고위관리가 11일 밝혔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3일 방북 때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이같은 순차적 검증안에 합의했으며, 최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조선 중앙텔리비전은 11일 오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제821부대 산하 여성포중대를 시찰하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한 것은 8월16일 조선중앙통신이 그의 군부대 시찰 사진을 내보낸 이후 처음이다.

이는 와병설이 나돌던 김 위원장이 정권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주말 이후 쏟아진 이 같은 뉴스들은 북-미 관계의 진전에 맞춰 한반도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임을 예고한다.

북-미가 양국간 주요 현안을 거의 동시에 타결한 것은 임기가 끝나가는 부시 정부와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테러지원국의 낙인을 떨쳐버림으로써 외부의 금융지원 등을 통해 회생을 모색해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미국은 북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북한의 비핵화 2단계 조치를 곧 마무리되고 3단계(핵폐기)로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외교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북한의 미신고 시설에 대한 검증은 상호 동의하에 실시하기로 한 것은 시간에 쫓긴 미국의 양보로 해석돼 미국 보수층과 일본의 반발을 살 전망이다. 일본은 그동안 납치자 해결 문제를 테러지원국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왔다.

북-미의 핵 검증 합의에 따라 이달 중 북핵 6자 수석 대표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비핵화 프로세스가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북한은 추후 핵협상 과정에서 추가 보상을 계속 요구할 것으로 보여 궁극적인 핵폐기 단계까지 가는 데는 난관이 예상된다.

한편 테러지원국 해제에 맞춰 김 위원장의 사진이 공개됨에 따라 김 위원장 체제가 갑자기 붕괴되는 등의 급변 사태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김 위원장의 사진이 언제 찍은 것인지가 확실치 않아 그의 건강이상설이 말끔히 가시지는 않은 상태다.



정용관 이기홍 yongari@donga.com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