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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파트너 vs 전통적 내조자

Posted June. 13, 200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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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 대통령선거 본선전이 펼쳐지면서 양대 후보의 부인들도 뉴스의 전면에 등장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부인 미셸 씨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부인 신디 씨는 남편들 못지않게 여러 면에서 대조를 이룬다.

미셸은 시 수도국 근로자인 아버지와 카탈로그 제작업체 비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난했지만 매일 저녁 늦게라도 부모가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가정이었다. 명문대를 거쳐 로펌에 들어간 미셸 씨는 로펌 내 유일한 흑인 변호사였고, 얼마 후 후배로 입사한 또 다른 흑인 변호사 오바마 후보의 멘터 역할을 하다 그와 결혼했다.

그는 적극적인 성격, 뛰어난 연설 능력, 남다른 패션감각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남편과의 관계도 동등한 파트너 이미지가 강하다. AP통신은 미셸 씨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로절린 카터(지미 카터 대통령의 부인) 씨와 함께 비전통적 영부인의 범주에 넣었다. 힐러리 의원은 남편이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건강보험 개혁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고, 로절린 씨는 국무회의에 동석했다.

신디 씨는 미국 최대 맥주유통업체인 헨슬리&컴퍼니 소유주의 딸이다. 장애인을 위한 재활치료 특수교사로 일하던 신디 씨는 1979년 하와이의 한 군 장교 파티에서 18세 연상의 연락장교 매케인 후보를 만났다. 매케인 후보는 부인과 이혼하고 신디 씨와 결혼했다. 매케인 후보가 애리조나 주에서 정치인 생활을 시작하고 상원의원까지 오르기까지는 처가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학창시절 로데오 퀸 출신으로 치어리더로도 활약했던 신디 씨는 조용하고 정치무대에 나서길 꺼려 낸시 레이건, 로라 부시 씨와 함께 전통적 대통령 부인 집단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2월 미셸 씨가 내 인생 처음으로 미국이 자랑스러워졌다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자 다음 날 남편의 유세장에서 나는 항상 여러분이, 미국이 자랑스럽다고 수차례 강조해 정치인의 아내다운 공격성을 드러냈다.

네오콘 대변지인 위클리스탠더드, 보수주의 옹호 잡지인 내셔널 리뷰 등은 미셸 씨를 공격하는 기사를 연달아 쏟아내고 있다. 내셔널 리뷰는 이미 4월 21일자에서 불만의 여인이란 제목하에 날카로운 눈매로 응시하는 미셸 씨의 사진을 표지로 실었다. 신디 씨는 상대적으로 여론의 도마에는 덜 오른다. 하지만 사생활을 이유로 소득세 보고서 공개를 거부하다 비판을 받고 뒤늦게 600만 달러의 연소득(2006년 기준)을 공개했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