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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검 이후의 삼성, 실질적 쇄신으로 거듭나야

[사설] 특검 이후의 삼성, 실질적 쇄신으로 거듭나야

Posted April. 18, 2008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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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특별검사가 어제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10명을 배임, 세금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4개월여에 걸친 수사를 끝냈다. 지난해 10월 29일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비자금 의혹 사건은 삼성 계열사들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이 회장과 그룹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주장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사실과 다르거나 증거가 없었다.

특검은 1000여 개의 차명계좌로 관리된 4조5000억 원이 계열사에서 빼돌린 불법 비자금이 아니라 이 회장의 사재()라고 결론지었다. 삼성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김 변호사의 일부 불분명한 주장과 증거 부족, 의혹 당사자들의 부인 등에 따라 사실 무근으로 종결 처리됐다.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긍정론과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사안 자체가 오래돼 증거 확보가 어려웠고, 수사 인력 및 기간에 한계가 있어 누가 맡았더라도 그 이상 하기는 힘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검찰이 다시 수사할 수도 없고, 특검을 또 할 수도 없다. 국내외 경제 상황도 우리 사회가 삼성 문제로 소모적 논란을 거듭해도 좋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

삼성은 이 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그러나 글로벌기업으로서 대외 신인도에 큰 손상을 입어 향후 경영에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경영진이 특검팀에 불려 다니느라 올해 투자계획도 확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삼성이 전근대적 의사결정 행태를 청산하지 못한 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진 탈법을 해온 결과인지라 남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삼성이 내주에 밝히겠다는 경영쇄신안에는 철저한 자성과 투명 경영을 통해 윤리적 기업으로 거듭 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담겨야 한다.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글로벌기업의 명성에 걸맞게 경영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책이 나와야 한다. 국민과 시장의 수긍을 받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도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은 국내 600대 기업 투자의 25%, 수출의 20%를 떠맡아온 한국의 대표기업이다. 삼성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실적이 되고, 삼성의 실패가 대한민국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이 특검 수사를 잘못된 관행과 적폐 청산의 계기로 삼는다면 국민기업, 글로벌기업으로 재도약하는 전화위복()이 가능하다고 우리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