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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도 차분한 보도

Posted October. 04, 200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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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남북 정상회담은 돌발 변수와 깜짝쇼가 많아 외신들의 긴급 타전 기사가 이어졌다. 다만 정상회담에 대한 각국의 보도엔 차이가 있었다. 중국 언론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크게 보도한 반면 미국과 일본 언론은 담담하거나 냉담하기까지 했다. 홍콩 언론은 정상회담에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말라고 충고했다.

긴급 타전의 연속=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이 3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예정보다 약 30분 일찍 시작된 소식은 서울발로 긴급히 타전됐다. 오후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하루 연장하자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신기자들의 손은 다시 바빠졌다. 그것도 잠시. 노 대통령이 북측 제안을 거절하고 예정대로 4일 서울로 돌아온다는 급전이 서울발로 쏟아졌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두 코리아의 지도자가 역사적인 정상회담에 돌입했다고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신속히 전했다. BBC는 홈페이지에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에게 체류 기간을 하루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가 곧 제의를 거절한 기사로 수정했다.

AP AFP 등 주요 통신사들도 노 대통령 체류 연장 소식을 전했다가, 예정대로 귀환한다는 소식에 또다시 긴급 뉴스를 내보냈다.

썰렁한 미일 언론=워싱턴포스트는 3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이번 주에 고위급 방문자(노 대통령 지칭)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 김 위원장의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신문은 국가에서 조종하는 것으로 보이는 평양의 대규모 환영 인파가 분홍색 종이꽃을 들고 노 대통령을 환영했지만 김 위원장은 내내 굳은 표정으로 노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3일자 조간신문들은 1면에 남북 정상이 만난 사진 또는 기사를 아예 싣지 않은 곳도 있었다. 사설을 쓴 신문도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 등 두 군데에 불과했다.

아사히신문은 핵 포기 언질을 받으라라는 사설에서 7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은 2000년의 열기에 비하면 어딘가 사무적인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평양에 특파원을 둔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은 북한은 아마 6자회담에서 합의된 비핵화 이행 방법에 대한 남한의 제의가 불만스러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 언론의 높은 관심=중국 언론은 2일에 이어 3일에도 정상회담을 크게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와 최대 발행 부수(320만 부)를 자랑하는 신화통신 자매지 찬카오샤오시() 등 관영 언론과 신징()보 등은 정상회담을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다만 관영 런민()일보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동정을 보도하는 데 1면을 모두 할애했고 남북 정상회담은 4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허풍쟁이의 블록버스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에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독일 언론, 차분한 보도=독일 언론들은 대체로 차분하게 정상회담의 의미와 전망을 보도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은 계획된 환호, 냉랭한 기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회담이 2000년 1차 정상회담에 비해 가라앉은 분위기였다고 보도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남북 간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한반도에 2국가 체제가 확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 같은 협정은 지역 내 갈등을 줄이는 이정표가 될 수 있지만 화합의 시대가 올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2일 사설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은 한국인들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남북한 지도자들의 공통된 의지를 보여 주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