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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이의 성장통 고스란히 담았죠

Posted May. 09, 20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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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6년 만에 5집 더 윈도스 오브 마이 솔을 발표하는 가수 양파(28사진)는 인터뷰 도중 어색해요 부끄러워요란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이젠 군인 아저씨들마저도 그녀의 눈에는 피부 탱탱한 애들로 보일 정도로 세상이 낯설다는 것. 1997년 고교생 가수로 데뷔해 애송이의 사랑으로 각종 신인상을 휩쓸던 그녀는 어느덧 성숙한 여인이 돼 있었다. 그 성장의 원동력은 바로 좌절이었다. 2001년 4집까지 승승장구하던 그녀는 이후 이모부가 운영하던 전 소속사로부터 계약 관련 소송을 당해 6년간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음악 활동도,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의 유학 생활도 그동안 모두 정지 상태였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 술도 많이 마셨고 밤만 되면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라 수면제를 먹고 자기도 했죠. 하지만 대중가수였던 제게는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기도 했어요.

6년의 공백기 극복이 쉽진 않았다. 쉬는 동안 여가수들은 더욱 섹시하게 변했고 발라드 역시 미디엄 템포가 대세가 되는 등 그녀는 어느덧 옛날 가수가 돼 버렸다. 그녀는 섭섭함을 돌려 말하는 듯 10대들이 양파를 모르는 건 괜찮은데 나보다 윗세대 선배님들하고 같은 급인 양 오래된 가수 취급받는 것은 슬프다라고 외친다.

양파의 어른 되기라고 자평하는 5집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은 그녀 특유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발라드가 주류를 이룬 새 앨범이 6년의 내공을 모두 담았다 하기엔 부족할 수 있겠지만 예전의 양파로 회복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목표를 감안한다면 발라드풍의 타이틀곡 사랑 그게 뭔데는 분명 성공의 일등공신일 수 있겠다. 그러나 빅밴드풍 재즈곡 매리 미(Marry Me)나 3박자 왈츠곡 친절하네요 같은, 유학의 내공이 느껴지는 자작곡에선 그녀의 변화된 모습도 나타난다.

열아홉의 나이에 데뷔한 그녀. 4년간 활동 후 6년을 쉬었으니 삶에 대한 후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야 했는데, 내 인생의 운전대를 내가 잡았어야 했는데. 여전히 애송이 양파는 불안하다.

가수 데뷔 전에 꿈꿨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요. 10년 전 대학수학능력시험 때 복통으로 시험을 포기했던 것이 아쉽기도 하고. 하지만 친구들 만나면 만날 박봉에 야근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해요. 아휴, 그냥 지금 제 모습이 나은 것 같아요.

근심어린 표정을 짓던 그녀는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다시 활짝 웃는다. 서울대 법대 진학 은행원과의 결혼 등의 철칙을 내세웠던 아버지는 이제 그녀의 기사를 제일 먼저 챙기고 어머니는 실험적인 음악 좀 해봐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 이런 부모님을 위해 그녀가 준비한 것은 무엇일까?

앨범 대박, 살 안 찌는 것, 라이브 잘하는 것 정도? 아 맞다, 결혼도요. 진짜 하고 싶어요. 으흐흐. 그녀는 그렇게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