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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를 보면 국민성이 보인다

Posted October. 12, 200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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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의 일본인 주부는 마리린이라는 필명으로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싸이월드에 미니홈피(cyworld.jp/mariryn)를 열고 있다.

그는 인터넷 공간에 일상을 공개하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위해 본명을 밝히지 않는다.

또 초상권을 중시해 사진 속 친구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해 인터넷에 올린다. 만약 친구의 사진을 싣고 싶다면 사전에 허락을 받는다.

중국인 대학생 다이쓰퉁(23) 씨는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cyworld.com.cn/dis)에 틈만 나면 마우스로 그림을 그린다. 한자로 쓴 글보다 직접 그린 그림이 자신을 잘 드러낸다는 것. 중국인의 미니 홈피에는 스스로 찍는 셀카 사진이 유독 많다.

2001년부터 시작돼 국내외 2200만 명이 가입한 싸이월드는 자신을 표현하는 1인 미디어인 동시에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관계를 맺는 사회적 네트워크서비스다.

지난해 중국을 시작으로 올해 일본과 미국에서도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에는 각 나라의 서로 다른 국민성이 나타나고 있다.

국경 없는 인터넷 세상에도 국민성은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한국인은 대개 오프라인에서 친한 사람들과 온라인에서도 만난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일촌관계(싸이월드에서 정보를 은밀히 나누는 관계)가 발달해 있다. 오늘 점심에는 누구를 만나 어디서 뭘 먹었다는 식으로 자신의 근황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는 사진이 많다.

자신을 과감히 드러내는 중국인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인식은 적은 편이다. 중국에서는 싸이월드 이용자의 96%가 10, 20대 젊은 층이다. 주로 모르는 사람들과 사회적 이슈나 연예인에 대한 토론을 즐긴다.

일본인은 자신에 대한 공개는 꺼리는 반면 취미와 관심사는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다른 사람의 글을 퍼 나르는 일은 거의 없고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등 손수 콘텐츠를 생산한다.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일본의 미니홈피 방명록에는 밝은 미래에 대한 기원과 칭찬이 대부분이라며 혼네(본심)와 다테마에(바깥으로 내놓는 명분)로 나뉘는 일본인의 성향이 온라인 관계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라마다 온라인 인맥 형성 방식이 다르다

한국에 싸이월드가 있다면 미국에는 마이스페이스(myspace.com), 일본에는 믹시(mixi.jp), 중국에는 큐존(qzone.qq.com) 등이 있다.

마이스페이스는 이용자들이 학력과 연봉까지 상세히 공개해 마치 중매 사이트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모르는 남녀가 이곳을 통해 만나는 일도 잦다.

최근 미국 제약회사의 한국지사로 온 제임스 던컨(35) 씨는 미국인들은 온라인에서 기존 인맥 관리보다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는 욕구가 큰 것 같다고 했다.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의 믹시는 지난해부터 회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57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믹시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회원의 초청이 있어야만 가입이 가능한 폐쇄성을 지닌다는 것. 게다가 무료 회원은 아예 사진조차 올릴 수 없는 등 이너 서클 인식이 뚜렷하다.

지난해 시작된 중국의 큐존은 댓글 문화가 발달해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누구와도 어울린다는 오픈 마인드가 강해 한국 싸이월드의 주요 개념인 일촌이 여기에는 아예 없다.

LG경제연구원의 선자(중국인) 연구원은 인터넷 공간에도 나라별 특색이 뚜렷한 만큼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정보기술(IT) 회사들은 현지 요구에 맞춘 아이템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문권모 김재영 mikemoon@donga.com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