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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주거래은행선 ?를 대출해준다

Posted August. 19, 200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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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에서 유전자, 화학물질까지

소재은행에는 미생물, 유전자, 화학물질 등 연구에 사용하는 갖가지 재료가 보관돼 있다. 신 교수처럼 항생제를 개발하려는 과학자에게 효능실험용 세균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문제는 개발한 성분이 수많은 세균 중 어떤 종류에 효능을 보일지 모른다는 데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약화학연구센터 김동진 박사는 수십, 수천 종의 세균을 대상으로 실험해야 하는데 이를 소재은행에서 빌리지 않고 모두 기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항생제내성균주은행장인 서울여대 이연희(환경생명과학부) 교수는 한 달에 1020명의 연구자가 우리 은행에서 세균을 받아 간다고 말했다. 연구하며 모은 귀한 소재 기탁하기도

부산대 정세영(나노과학기술학부) 교수는 학생 때부터 만든 단결정을 모아 2003년 단결정은행을 설립했다.

단결정이란 내부 구성 성분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순수한 고체. 사파이어나 루비 같은 보석, 투명한 소금 등도 단결정이다. 시계나 반도체 같은 전자기기 부품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

정 교수는 우리 은행에 보관 중인 단결정은 자그마치 1만여 개라고 귀띔했다.

이 은행은 1년에 2000여 개의 단결정을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 등에 제공한다. 개당 적게는 수만 원, 많게는 100여만 원까지 받고 있다. 여기서 얻은 수입은 새 단결정 개발에 다시 투자하고 있다.

인천대 이태수(생물학과) 교수는 10여 년간 발품 팔아 모은 버섯 균주로 2002년 야생버섯균주은행을 설립했다. 균주는 현재 3000여 종.

이 교수는 버섯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은행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자랑했다. 지난해 설립된 생물음향은행에는 경상대 연성찬(수의학과) 교수가 10여 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녹음한 동물 소리가 3000여 개의 음향 파일로 보관돼 있다.

소재 수출도 가능

현재 국내 소재은행들이 확보한 연구소재의 99%는 국산이다.

소재은행에서 연간 50억 원 이상의 연구재료 수입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과학계의 추산이다.

최근에는 외국의 소재은행이나 연구기관과 거래하기 위해 우리 연구소재를 국제표준규격에 맞추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연희 교수는 연구소재를 국제표준규격에 맞춰 보관하고 관리하면 수출 길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