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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이치로와 마쓰이

Posted March. 18, 2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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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일본에 대들지 못하게! 일본 야구팀의 스즈키 이치로 선수가 한국을 겨냥해 던진 말이다. 한국팀에 거푸 지고 난 뒤 이치로는 분을 참지 못해 고함을 질러 댔다. 일본 기자들이 마쓰이 히데키와 이치로의 그릇 차이를 비교하던 말이 생각난다. 마쓰이는 고교 시절부터 야구 스타였는데, 그때부터 취재기자의 마지막 한 명이 사라질 때까지 고분고분 대답해 주었다. 반면 이치로는 개성이 강하고, 기자가 대하기 어려운 독불장군이라는 것이다.

이치로는 일본 리그에서 7년 연속 수위타자를 기록한 자질을 지녔다. 2004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 해 262개의 안타를 쳐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연습 벌레 이치로의 성공 스토리는 중학교 도덕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인기는 마쓰이보다 뒤진다. 남녀노소가 마쓰이를 인격적으로 훌륭한 청년 겸손한 천재라고 입을 모은다.

나이도 비슷한 두 선수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마쓰이가 지극한 효자인 반면, 이치로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두 청년의 고향에 각각 야구기념관이 세워져 있는데 이치로 기념관은 입장료가 유료, 마쓰이 기념관은 무료인 것이 두 사람의 성격을 상징한다며 웃는 기자도 있다. 털털한 인간성으로 일본인의 사랑을 받는 마쓰이가 한일전에서 일본의 연패()로 코너에 몰렸다. 그의 소속팀 뉴욕 양키스가 부상()을 걱정해 일본 대표팀에 보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쓰이가 없어도 일본 야구선수의 층은 두껍다. 김인식 감독이 인정한 대로 지금 수준의 한국 대표팀 두세 개쯤은 만들 만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연전연승한 것은 이순신() 정신 의병() 정신에 비길 만한 정신력 덕분이다. 미국이 멕시코에 져 탈락해 우리는 준결승에서 또 일본과 맞붙게 되었다. 일본은 설욕을 벼르며 칼을 갈고 있다. 지난 두 판보다 더 긴장되는 건곤일척()이다. 3연승을 거둔다면 아무리 경솔한 이치로라도 모자 벗고 공개 사과를 하지 않을까.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