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文-트럼프 “최대 압박”에 北“천 배 보복”... 남북대화 물 건너갔다

文-트럼프 “최대 압박”에 北“천 배 보복”... 남북대화 물 건너갔다

Posted August. 08, 2017 07:08,   

Updated August. 08, 2017 07:25

ENGLISH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56분간 전화통화를 했다. 두 정상은 통화에서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에 맞서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또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굳건한 공조를 해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은 ‘정부성명’을 통해 “유엔의 제재 결의는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라고 반발했다. “그 어떤 최후수단도 불사할 것”이라며 ‘천백 배 보복’을 협박하기도 했다.

 한미 두 정상의 통화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역대 최강의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지금은 제재와 압박을 할 때지 대화할 때가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동안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강조해왔지만 북한의 잇단 도발에 더는 대화를 꺼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사가 일어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예방전쟁’까지 거론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정말 궁금하다”며 문 대통령의 남북회담 제의와 북한의 반응에 관심을 표명했다. 여기엔 제재 국면에서 나온 대화 제안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회담 제안은 이산가족 상봉과 우발적 충돌 방지가 요체이지, 북핵·미사일 관련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북핵·미사일 문제의 대화 주체가 미국과 국제사회지만 남북관계 차원의 대화는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일종의 ‘역할분담론’인 셈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북한은 전혀 응답하지 않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밤 필리핀 마닐라에서 조우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대북 제안에 조속히 호응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이 외무상은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잘라 말했다. 북-미관계 해결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도 없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늘 ‘철벽같은 공조’를 강조하지만 이견이 없을 수는 없다. 특히 북-미간 강 대 강 대결 국면에선 시각차가 클 수 있다. 이견이 있다면 상호 이해 아래 조율해야 한다. 북한이 대남 국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큰 만큼 북한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남북대화가 유용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은 따로 갈 수는 없다. 지금은 긴밀한 공조 아래 대북 압박에 집중할 때다. 자칫 대북 대화론이 유화책으로 해석될 땐 한국이 설 자리는 더욱 없어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