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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임종 난민’ 5만7000명… “요양병원-집-응급실 전전”

작년 ‘임종 난민’ 5만7000명… “요양병원-집-응급실 전전”

Posted May. 04, 2026 08:06   

Updated May. 04, 2026 08:06


“더 이상 쓸 수 있는 항암제가 없습니다. 호스피스를 받으시죠.”

8년 전 위암 진단을 받은 박정우(49·가명) 씨는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지난해 9월 주치의로부터 호스피스 권유를 받았다. 호스피스는 임종을 앞둔 환자의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불안을 덜어주는 완화의료 등 돌봄 서비스를 뜻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방문한 한 호스피스 병원은 박 씨가 거동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자녀와 남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 가정형 호스피스도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박 씨는 의료적 도움 없인 음식을 섭취할 수 없어 의료진이 상주하지 않는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게 불가능했다.

연명의료를 중단한 박 씨는 결국 8개월 동안 요양병원과 종합병원, 집,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최근 다시 전문적 호스피스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요양병원으로 돌아왔다. 박 씨처럼 호스피스를 제때 이용하지 못하고 숨진 ‘임종 난민’이 지난해 역대 최대인 6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8만1220명이었다. 하지만 이 기간 호스피스를 이용하고 숨진 이들은 2만3816명에 그쳤다.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 입원형·가정형 호스피스의 도움 없이 요양병원과 자택 등에서 생을 마감한 ‘임종 난민’이 5만7404명인 것이다. 호스피스 기관과 병상 확충은 더딘 반면 연명의료 중단 환자는 꾸준히 늘면서 임종 난민은 올해 6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완화의료센터장은 “고통 속에 방치될까 두려워 연명의료를 포기 못 하는 환자도 많다”며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품위를 유지한 채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완화의료 등 생애 말기 돌봄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