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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위해 떠도는 ‘임종 난민’ 6만 명… 연명치료 거부하겠나

존엄사 위해 떠도는 ‘임종 난민’ 6만 명… 연명치료 거부하겠나

Posted May. 04, 2026 08:05   

Updated May. 04, 2026 08:05


연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다사(多死) 사회로 접어든 지 올해로 7년째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6만 명으로 출생아 수보다 11만 명 많았다. 하지만 고통 없이 평온한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지난해 회복 가망이 없어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8만1220명이나 이중 호스피스 시설에서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다 숨진 이는 30%에 불과했다. 나머지 5만7000여 명은 연명의료 중단 후 요양병원, 자택, 응급실을 떠돌다 고통과 불안 속에 사망한 경우다. 편히 죽을 곳을 찾지 못했다는 뜻에서 이들을 ‘임종 난민’이라 부른다.

임종 난민은 증가 추세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 호스피스 수요는 초고령화로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정체돼 있는 탓이다. 유럽완화의료협회에 따르면 인구 100만 명당 최소 50개의 호스피스 병상이 필요한데 한국은 38개로 최소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 호스피스 병동을 상대적으로 쉽게 내주는 말기 암 환자들만 놓고 보더라도 호스피스 이용을 희망하는 비율은 90%이나 실제 이용률은 23%밖에 안된다. 그나마 호스피스 시설이 수도권에만 몰려 있어 지방의 사정은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정부는 임종기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돕고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명의료 중단을 권장하고 있는데 연명의료 중단 이후 대안 찾기가 막막하다 보니 연명의료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84%가 연명의료에 반대하지만 실제 연명의료 중단 비율은 20%도 되지 않는다.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순간 집에서 가족들에 큰 부담을 지우거나 아니면 병원과 응급실을 전전하며 고통 속에 방치될 각오를 해야 하는데 누가 쉽게 포기하겠나.

정부가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지원하는 예산은 2024년 69억6600만원으로 인상된 후 올해까지 3년째 동결 상태다. 호스피스 투자가 줄어들수록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호스피스를 포함해 생애 말기 돌봄과 완화의료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임종기 환자들의 의존도가 높은 요양병원도 호스피스를 운영하도록 허용하고, 집에서 임종을 원하는 수요를 반영해 가정형 호스피스 비중도 늘려아 한다. 호스피스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 질환도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만성 질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존엄한 죽음을 원하는 이들을 임종 난민으로 가게 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