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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용 화장실’

Posted May. 02, 2018 08:16   

Updated May. 02, 201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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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가지고 온 것은 평양냉면 말고도 하나 더 있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김정은이 ‘전용 화장실’을 챙겨 방한한다며 호위총국 출신 탈북자를 인용해 “배설물에는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평화의집 화장실 사용을 거부했다”는 미 CBS 보도와도 맥이 닿아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김정은이 ‘사용 후 용변’을 가져갈 수 있도록 평화의집 화장실 정비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실행에 옮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적성 국가일수록 정상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이는 최고지도자의 건강을 일급 기밀로 관리하는 외교 관례이기도 하다. 2000년 김정일이 “힘든, 두려운, 무서운 길을 오셨다”고 했던 평양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도 같은 관례에 따랐다.

 ▷소변, 대변은 오래 전부터 건강을 살펴보는 척도였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어의(御醫)가 손가락으로 임금의 용변을 찍어 맛보는 장면이 나온다. 조선 시대 어의들은 왕의 용변을 관찰하고 색, 냄새 등을 꼼꼼히 기록까지 했다. 미국 대통령은 외국에 가면 경호 요원들이 대통령의 배설물은 물론, 만찬장에서 쓴 종이 냅킨까지 본국으로 공수한다. 유전자정보(DNA) 유출까지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란다.

 ▷첩보기관들은 적국(敵國) 국가원수의 건강 상태를 알아내기 위해 별별 짓을 다한다. 1959년 소련의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의 방문을 앞두고 미 중앙정보부(CIA)는 숙소 캠프 데이비드의 화장실 공사를 벌여 변기 파이프를 따로 뺐다. 음식에 배변촉진제까지 넣어 확보한 배설물 분석 결과 흐루쇼프는 나이에 비해 아주 건강했다. 정상회담 때 김정은은 우리가 준비해놓은 펜도 쓰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펜촉에 혹시 있을 독을 우려한 것”이라고 했다. 남북 화해로 가는 길이 가깝지만은 않은 것 같다.


조수진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