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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보호법의 패러독스

Posted October. 10, 201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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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부모휴가제 도입 이후 여성 취업률과 출산율 제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민주당 이언주 의원) 스웨덴은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480일간의 유급 육아휴가를 준다.(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보건사회부사회보장 장관) 스웨덴 얘기만 들으면 일하는 엄마들의 천국 같다. 육아휴직은 부모가 나눠 쓰되 부 또는 모가 각각 60일을 사용하게 돼 있다.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서다.

스웨덴 못지않은 모성() 복지제도를 갖춘 노르웨이에서도 아빠 육아휴직이 80%를 넘는다. 하지만 높아지지 않는 게 있다. 여성들의 최고경영자(CEO) 비율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여성 CEO가 있는 기업은 미국이 2.4%인 반면에 스웨덴은 1%에 불과하다. 간부직 여성의 비중도 미국에 비해 북유럽이 훨씬 적다. 양성평등으로 이름난 북유럽에서 이런 불평등이 왜 나타날까.

스웨덴 산업경제학연구소(IFN)는 관대한 복지제도가 여성들을 엘리트 경쟁에서 뒤처지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북유럽 여성들이 주로 취업하는 곳은 경쟁이 치열한 대기업이 아니라 공공 부문이다. 교사나 사회적 서비스 같은 여성친화 직종, 칼퇴근 또는 시간제 근무가 가능한 중간 이하 직급에 몰려 있다. 반면 글로벌 경쟁이 불가피한 민간기업에서는 쉴 때 다 쉬고, 복지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가는 여성을 덜 고용한다. 복지제도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여성 취업은 증가하되, 간부직 진출은 많지 않다는 복지국가의 패러독스(역설)다.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가 육아휴직 대상 연령을 현행 6세 이하에서 9세 이하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당장 중소기업중앙회는 여성인력 채용을 어렵게 하는 규제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기업의 부담과 혼란이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도 회사에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 다 못 쓰는 엄마들이 허다한데 자칫 여성 취업 길만 막힐 판이다. 9세까지 육아휴직은 덴마크가 유일하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